더 벌어지는 韓·美

조선일보
입력 2019.03.16 03:01

워킹그룹 회의 후, 美 "완전한 비핵화" 韓 "남북협력"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국과 미국이 대북(對北) 정책을 놓고 계속 엇박자를 내며 갈라지고 있다. 한·미는 1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워킹그룹 회의를 했지만, 회의 후 발표 내용은 서로 달랐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한·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대북 제재)의 이행을 포함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 최신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워킹그룹은 남북 경협과 대북 제재에서 한·미가 공동 보조를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남북 협력 등 제반 현안을 논의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하에 대북 제재 체제하에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반대를 고려해 개성공단 등 구체적 남북 경협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남북 관계에 무게를 둔 것이다. 우리 보도자료에선 미국이 강조한 'FFVD'도 빠졌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유엔 대표부에서 한국을 포함해 안보리 15개 이사국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다른 길로 가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서라도 대북 제재의 고삐를 조여달라는 취지였다. 조태열 유엔 대표부 대사가 동석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벤츠에 함께 탄 사진이 실린 안보리 대북제재위의 연례보고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 회담 결렬 후에도 계속 남북 경협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우리 정부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미국이 한국에 남북 경협에 대한 유연성 확대와 같은 지렛대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우리 정부는 한·미 간 엇박자 우려에 "실시간 소통을 하고 있다"며 갈등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백악관, 외교부와 미 국무부 사이에서는 남북 경협과 대북 제재를 두고 계속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작년 11월 30일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2월 28일 2차 미·북 정상회담 직전과 회담 당일 밤에 전화 통화를 한 것이 최근 한·미 정상 간 소통의 전부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의 중재를 부탁할 만큼 한·미 정상 간 신뢰는 탄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트럼프 대통령이 세 차례나 "북한에 실망했다"며 제재 유지 의사를 밝혔는데도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검토 여부에 "아니다(No)"라고 명확히 밝혔지만 통일부는 남북 경협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제재 문제로 결렬된 하노이 회담 직후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문정인 특보는 14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발탁에 대해 "(문 대통령이) 미국과 관계없이 한반도 정세를 밀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김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본인 주장대로 해 나갈 것이고 미국도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볼턴 보좌관은 지난 11일 밤 전화 통화를 했지만, 비핵화와 제재 문제에 대한 뚜렷한 진전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건 대표 간 회동 이후 미국은 'FFVD'를 강조한 반면 우리는 이를 브리핑에서 아예 뺐다. 서훈 국정원장은 문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중인 지난 12일 전후 미국을 비밀리에 방문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미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한·미 간 이상기류를 진정시키려 한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 관계자는 "중재자든 촉진자든 현재 미·북과 동시에 접촉하면서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한국 정부에 주어진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한·미 연합훈련이 줄줄이 축소·폐지되고 방위비 분담금 갈등도 계속되면서 한·미 동맹 자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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