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혁의 스포츠가 밥이다] 우병우 아들이 선동열 잘랐다?

조선일보
입력 2019.01.26 03:00

성진혁 기자

LG 오지환이 왼 팔뚝에 비스듬히 새긴 문신 'No pain, No gain(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은 일종의 금언(金言)이다. 2016년 9월 병역 의무를 위해 경찰청 야구단에 지원했던 그는 어른 손 한 뼘이 좀 넘는 길이의 이 문신 탓에 탈락했다. '의무경찰 지원자는 시술 동기, 의미, 크기 및 노출 정도가 의무경찰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문신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규정에 걸렸다. 경찰 유니폼 반팔 상의를 입었을 때 문신이 노출된다는 점이 문제였다.

오지환은 국민과 얼굴을 마주하며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경찰이 아닌, 프로 2군 리그에서 뛰며 경찰 홍보를 하는 야구단에 응시했다. 문신 내용이 입단에 결격 사유가 될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의경 선발 과정이 엄격해졌다는 얘기가 돌았다. 우 전 수석 아들이 2015년 정부 서울청사 경비대로 배치된 지 2개월여 만에 서울지방경찰청 고위 간부 운전병으로 전출된 사실이 뒤늦게 불거진 것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우 전 수석의 책임론도 제기되던 시점이라 파장이 컸다.

오지환은 문신을 지우려고 레이저 시술을 4차례 했는데, 약간 희미해지는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그는 이듬해인 2017년엔 경찰이나 상무 야구단에 지원하지 않았다. 대신 2018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금메달을 따면 병역특례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대표에 뽑히지 못하거나 우승하지 못할 땐 현역 입대한다는 각오였다.

이 모험은 결과적으로 성공했으나 후폭풍은 거셌다. 오지환은 아시안게임을 병역 회피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선동열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은 아시안게임 후에 국정감사에 불려갔다. 국내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현장 지도자가 선수 선발의 공정성과 관련한 논란으로 국감대에 서야 했다. 의원들로부터 인신공격을 당하면서도 "선수 선발에 부정한 청탁이 없었으며, 소신 있게 뽑았다"고 말했던 그는 국감 한 달여 뒤에 스스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지환의 개인적인 선택은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다만 그 제도 자체가 불완전했고, 국민 정서에 맞지 않게 적용될 소지가 있었다. 최근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에게 폭행뿐 아니라 성폭력까지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종목에서도 피해자들의 고발이 잇따랐다. 성적 지상주의가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판단한 정부는 엘리트 체육 분야의 병역특례 혜택, 메달연금(경기력향상연금) 등을 근본적으로 손보겠다고 나섰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치더라도, 한국 스포츠의 현실이 난감하다.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게 더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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