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사이공식 처형' 사진의 두 주인공은

입력 2018.02.02 07:39 | 수정 2018.02.02 07:40

AP통신 사진기자 에디 애덤스가 1968년 2월 1일 전쟁 중이던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시)에서 촬영한 '사이공식 처형' 사진. 이 사진은 미국 내 반전 여론을 들끓게 했다. /AP 연합뉴스
AP통신 사진기자 에디 애덤스가 1968년 2월 1일 전쟁 중이던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시)에서 촬영한 '사이공식 처형' 사진. 이 사진은 미국 내 반전 여론을 들끓게 했다. /AP 연합뉴스

딱 50년 전인 1968년 2월 1일 한 장의 사진이 베트남전쟁에 대한 미국의 여론을 ‘혐오’로 돌려세웠다. 통신사 AP를 통해 전 세계에 뿌려진 사진이었다. 사진은 그날 베트남 경찰청장 구옌 곡 로안(Loan) 준장이 사이공(현 호찌민시) 거리에서 생포된 베트콩의 간부 구옌 반 렘 머리 가까이에 권총을 갖다대고 즉결 처형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은 ‘사이공식 처형(Saigon Execution)’이라 불리며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이틀 전 음력 1월 1일(1월 30일)을 맞아 북베트남 인민군과 베트남 내부의 공산 게릴라인 베트콩은 베트남 전역에서 ‘구정(舊正) 공세’를 개시했다. 수십 곳의 도시에서 시민을 잔혹하게 죽이고 불을 질렀다. 로안 준장은 AP 사진기자 에디 애덤스와 NBC 방송 카메라 앞에서, 그날 집단 매장지에 은신했다가 붙잡힌 구옌 반 렘을 쏴 죽였다. 렘은 로안의 부하 일가족 7명을 죽인 혐의도 받았다.

애덤스는 처음엔 그저 ‘권총 위협’ 정도로만 생각하고 카메라를 들었다가 총알이 렘의 머리를 관통하는 순간을 동시에 찍었다. 이듬해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사진 속 로안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인에게 “냉혹한 살인마”로 찍혔다. 사진을 찍은 애덤스도 그렇게 생각했다가 나중엔 변했다. 이후로도 로안과 계속 접촉한 그는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해 들었다. 로안은 “바로 밑 부하에게 ‘즉결 처분’ 명령을 내렸으나 망설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직접 쐈다”고 했다. 로안은 애덤스에게 “내가 망설이면 누가 나를 따르겠는가”고 말했다. 로안이 ‘구정 공세’ 첫 사흘 동안 베트남 군경(軍警)을 독려해 사이공 함락을 막을 수 있었다는 미군 연락 장교의 증언도 있었다. 계속 전쟁을 취재하며 로안을 더 알게 된 애덤스는 나중에 “그는 그 시대 베트남의 산물(産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안은 미국에선 이미 ‘괴물’이었다. 1975년 베트남 패망 후 미국에 도착했지만 추방 위기에 몰렸다. 애덤스가 적극적으로 그를 옹호하고 나선 덕분에 버지니아주 북부에 정착했다. 이어 햄버거와 피자, 베트남 음식을 파는 식당을 운영했지만, 1991년쯤 ‘정체’가 드러나 폐업했다.

1998년 7월 로안의 사망 소식에 애덤스는 “그 사진에선 두 사람이 죽었다. 장군은 베트콩을 죽였고, 나는 카메라로 장군을 죽였다. 그리고 난 영웅이 됐다”고 말했다. 2004년 숨진 애덤스는 “사진은 강력한 무기이지만, 딱 한순간만 골라 찍어 정확한 의미를 줄 수 있는 촬영 전후의 순간과는 단절된다”는 말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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