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DR 기축통화 만들기 잰걸음...SDR채권 발행 잇단 추진

입력 2016.07.29 12:02 | 수정 2016.07.29 17:42

30여년만의 SDR채권 발행 추진...공상은행 세계은행 국가개발은행 中서 발행 검토
저우샤오촨, “SDR 용도 확대 해야”...10월 SDR 편입 앞둔 위안화 국제화 행보

중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채권 발행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실제 거래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SDR를 슈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체제를 흔들기 위한 행보다.

오는 10월 SDR 바스켓 통화로 위안화가 편입되는데 맞춰 SDR의 위상이 커지면 위안화 국제화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초 “SDR를 달러를 대체할 슈퍼 기축통화로 만들자”는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의 제언이 7년여만에 현실 앞으로 다가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SDR 채권 발행은 1980년대 이후 30여년만에 처음이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왼쪽)의 SDR 슈퍼기축통화론은 존 메이나드 케인스(오른쪽)가 제안한 슈퍼 기축통화 방코르를 떠올리게 한다./바이두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왼쪽)의 SDR 슈퍼기축통화론은 존 메이나드 케인스(오른쪽)가 제안한 슈퍼 기축통화 방코르를 떠올리게 한다./바이두
◆중국 기관들 SDR 채권 잇단 발행 추진

중국 최대 국유은행인 공상은행의 홍콩법인인 공상은행아주유한공사가 SDR로 표시되는 채권 발행을 추진중이라고 중국 경제참고보가 28일 보도했다.이 SDR 채권은 오는 10월 이전에 정식 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산업은행격인 중국의 국가개발은행과 세계은행이 중국에서 SDR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주도로 설립된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SDR채권 발행 후보 기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SDR채권의 잇단 발행 추진은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최근 SDR 표시 채권 발행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받고 있다. 저우 총재는 중국 청두(成都)에서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인민은행은 이미 SDR 기준으로 외환보유액과 국제수지를 발표했으며 현재 SDR 채권 발행의 가능성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4월부터 SDR 기준 외환보유액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주쥔(朱雋)인민은행 국제국장을 인용해, 한 국제개발기구가 SDR 채권 발행을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주 국장은 “SDR채권 발행으로 투자 대상이 다원화되고 환율과 금리 리스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SDR채권 발행은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까지 발행된 SDR 채권은 13건으로 총 발행규모도 6억달러에 못미친다. 하지만 중국 주도로 추진되는 SDR채권 발행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상은행아주가 발행할 것으로 전해진 SDR 채권 규모는 10억SDR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기준 1달러는 0.721041 SDR이기 때문에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13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역대 SDR채권 발행 전체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배리 아이켄그린 (Barry Eichengreen) 버클린대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IMF의 SDR채권을 매입하는 것보다 중국이 SDR 채권을 발행하는 것의 의미가 더 크다”며 “중국이 발행하는 SDR채권은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통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스터 런민비 저우샤오촨의 꿈

SDR 기축통화 만들기의 선두엔 저우샤오촨 총재가 있다. 2009년 3월 저우 총재는 인민은행 웹사이트에 특정국에 속해있는 기축통화(달러를 암시)의 문제를 적시하고 슈퍼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SDR을 슈퍼 기축통화의 사례로 꼽았다.

그해 6월 인민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슈퍼통화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특정 주권국가의 화폐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것은 결함이 많은 만큼 특정 국가와 결부되지 않은 새 기축통화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이런 새로운 슈퍼 통화만이 장기적으로 국제 기축통화로서 안정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고, 국제사회의 위기대응 능력을 키워 국제 화폐금융체제의 안정을 지킬 수 있다.”

SDR 바스켓에 위안화를 편입시키는 동시에 SDR 위상을 키워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체제를 흔들겠다는 게 중국의 구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슈퍼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일축했고,2010년 위안화의 SDR바스켓 편입은 무산됐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내면서 5년 뒤인 2015년 위안화의 SDR바스켓 편입을 성공시켰다. SDR바스켓은 5년마다 조정된다.

저우 총재는 이후 SDR 슈퍼 기축통화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올 4월 워싱턴에서 열린 IMF 총회에서 “SDR 사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국제통화체제를 개혁해야한다”며 “SDR이 국제통화체제의 결함과 모순을 해결할 잠재력있다”고 강조했다. IMF도 총회 성명을 통해 SDR 사용 확대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 저우샤오촨은 케인스의 후예?

저우 총재가 얘기하는 SDR의 슈퍼 기축통화론은 존 메이나드 케인스의 '방코르(Bancor)' 를 떠올리게 한다. 2차대전 이후 국제통화체제를 결정하는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미국 대표 해리 화이트에 밀려 영국 대표 케인스의 국제결제통화인 방코르 도입안은 좌절됐다.

일각에선 케인스의 방코르 구상이 사후 21년만인 196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제22차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다시 살아났다고 전한다. 금(金)과 미국 달러화만큼 효력을 갖는 SDR이 탄생한 것이다.미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불어나고 금 보유량이 크게 줄면서 국제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SDR 탄생 배경이다.

현재 SDR은 달러 유로 엔 파운드화 등 4개 통화로 구성된 바스켓의 가중 평균으로 가치가 결정된다.SDR은 처음엔 달러처럼 금과 연동됐다.1973년 미국이 달러와 금을 연동한 고정환율제를 폐지하고 변동환율제를 시행하자 1974년 7월 무역비중이 높은 16개국의 통화시세를 가중평균한 형식으로 운용된다.1980년 9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5개국 통화를 바스켓으로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프랑스와 독일 통화는 이후에 출범한 유로화로 대체됐다.

하지만 SDR은 무늬만 슈퍼통화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SDR은 IMF 회원국이나 국제기구 등이 사용할 뿐 개인이나 기업 투자회사 등은 보유할 수 없다. 회원국의 부족한 외환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정도다. 중국이 추진하는 SDR채권 발행 확대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SDR 채권 발행 난제 많아...위안화 국제화 첩첩산중

중국이 SDR채권 발행 확대를 추진하지만 난제도 적지 않다. 스탠타드차타드은행 주카 필만(Jukka Pihlman) 국부펀드 및 중앙은행 투자 부문 책임자는 “유동성 부족이 SDR채권 발행의 첫번째 난관”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산정이 어려운 것도 과제다. 대외경제무역대학의 딩즈제(丁志杰) 교수는 SDR의 금리는 바스켓을 구성하는 통화들의 3개월 국채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정한다며 만기가 장기인 금리에 대해서는 산정할 방식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IMF는 5년마다 SDR 바스켓 통화의 비중을 조정한다. 5년 이상 만기의 SDR 채권을 발행할 경우 그 금리를 결정하는 데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SDR 금리는 26일 기준 -0.050%를 기록했다. 유럽과 일본의 금리 마이너스여서 SDR 금리도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자산에 투자할 투자자는 많지 않다.

중국에서는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기대가 꺽이지 않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음을 보여준다. 매년 위안화 국제화 보고서를 내놓는 인민대는 최근 발표한 2016년 위안화 국제화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2년 내 달러 유로화에 이어 3번째 국제통화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위안화가 엔화와 파운드화를 제칠 것이라는 기대다.

세계 최대 무역 대국인 중국의 2015년 무역결제 가운데 29.36%가 위안화로 이뤄졌다. 2009년 위안화를 통한 무역결제를 시작한 지 6년만에 무역의 3분의 1을 위안화 결제로 진행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 지수도 3.6으로 5년 전 1에도 못미친 것을 감안하면 급등했다.

미국 시장 변동성(VIX, 아래 선,우측 기준)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추이  /달라스 연준
미국 시장 변동성(VIX, 아래 선,우측 기준)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추이 /달라스 연준
하지만 미국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2015년말 이후 위안화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다른 통화(달러 엔 등)에 비해 가치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2011~2015년 기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 위안화 가치가 올랐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보고서는 "위안화는 현재 안전자산이 아니며 안전자산의 지위로 향해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안화 가치는 올들어 13개 통화 바스켓 대비로는 6%, 달러 대비로는 3% 가까이 하락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6월 위안화가 국제결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2%로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캐나다 달러에도 밀려 6번째 결제통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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