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전형 간소화] 수준별 수능 딱 1년 하고 폐지… 前정부 入試정책 줄줄이 지우기

조선일보
입력 2013.08.28 03:04 | 수정 2013.08.28 03:28

["또 입시개편…" 학생·학부모 등 교육현장 혼란 가중]

"AB형 선택한 학생 수 따라 점수 예측 곤란… 당락에 영향" 수준별 수능 단계적 폐지키로
성적 부풀리기 등 부작용 예상… 내신 절대평가 大入반영 유보
MB정부 때 400억 들여 개발… 한국형 토플 입시 반영 취소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대입 전형 간소화 방안'을 놓고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MB 교육정책 지우기'라고 해석한다. 지난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입시 정책을 대부분 폐지·유보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고, 좀 더 안정적인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댔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2~3년도 지속하지 못하는 정책을 교육 당국은 애당초 왜 시작했느냐"고 비판한다. 2015~2017학년도 새 대입안 발표와 관련, "결국 박근혜 정부도 입시를 또 바꿔서 안정적인 입시를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는 말도 나왔다.

◇수준별 수능, 제대로 시행은 올해 딱 1년

올해 수능은 '수준별 수능'으로 치러진다. 국어·영어·수학 세 과목을 쉬운 문제(A형)와 어려운 문제(B형) 두 가지 유형으로 출제하며 수험생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해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모든 수험생이 어려운 수능 문제를 풀 필요가 없다' '학습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해 올해 처음 적용되는 시험 체계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준별 수능은 올해 한 해만 실시한 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날 "2015·2016학년도 수능에서는 영어 과목의 수준별 시험을 폐지하고, 2017학년도에는 국·영·수 과목에서 수준별 시험을 다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수능별 수능을 처음 실시해 보니 A·B형을 선택하는 학생 수에 따라 점수 예측이 곤란하고, 그 결과가 학생들의 대입 유·불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이에 한 고2 학부모는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입시 정책을 어떻게 믿고 공부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내신 절대평가, 대입 반영은 유보

지난 2011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학생을 성적순으로 줄 세워 1~9등급을 매기는 '상대평가'를 A-B-C-D-E 등급의 '절대평가'로 바꾸고 이를 2017년 대입부터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3 학생들이 대상이다.

지난 6월 대전 유성구 노은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이 수능 모의 평가 시험을 치르고 있다.
지난 6월 대전 유성구 노은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이 수능 모의 평가 시험을 치르고 있다. /신현종 기자
하지만 교육부는 이 정책도 뒤집었다. 고교 성적 절대평가(성취도 평가) 점수를 대입에 반영하는 방안을 유보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교육부 박백범 대학지원실장은 "현재 절대평가는 성적 부풀리기 등 부작용이 예상되고 학교 현장에서 준비가 덜 돼 있어 입시에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절대평가 대입 반영을 2019학년도까지 유예하고, 이후 대입에 반영할지를 2016년 하반기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년부터 고교 성적표에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병기되기는 하지만, 현재의 중1이 대학에 지원하는 2019학년도 입시까지는 상대평가 내신점수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고교 성적표에는 절대평가 요소(A-B-C-D-E)와 상대평가 요소(석차 9등급, 원점수, 과목 평균, 표준편차)를 병기한다.

◇400억 쓴 '한국형 토플', "대입 반영 없던 일로"

학교에서 실용영어 교육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한국형 토플'(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개발해 대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당시 교육부는 "2013학년도 대입부터 '한국형 토플' 점수를 수시 모집에 활용하고, 2016학년도 입시부터 수능 영어 시험을 대체할지를 2012년에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지난 정부 내내 미뤄졌고, 교육부는 27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사교육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서 수능과 연계하지는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4개 영역으로 구성된 한국형 토플 연구·개발에 들어간 예산만 그간 400억원에 달한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는 "대입과 수능은 되도록 바꾸지 않는 게 바람직한데, 이번 입시안 개편으로 또다시 교육 현장에 혼란이 생기고 교육 당국에 대한 불신만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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