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한 공교육 교사의 부끄러움

입력 2012.04.22 23:08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공립학교 교사인 한 지인은 최근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자녀가 "학원 선생님들이 훨씬 잘 가르쳐요. 학교에 안 다녀도 되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너무 속이 상했다고 한다. 자신이 공교육 교사인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는 것이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자녀는 "학원이 더 학교 같다"고도 했다. 학원 종합반에는 담임교사가 따로 있다.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담임교사가 아침과 하교 조회 때만 들어오는데, 학원 담임교사는 쉬는 시간에도 들어와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는 등 학교 담임보다 더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애들을 학원을 보내면서 놀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가 지난 2월 말 학원 설명회에 참석했을 때 학원은 전국 중학생 성적 분포, 인근 중학교 성적 분석 등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영어 입시가 곧 NEAT(국가공인영어능력평가시험)로 바뀔 것이라는 정보도, 중학교에 입학하는 둘째의 경우 고교 입시에서 내신이 1학년 성적부터 들어간다는 것도 설명회에서 처음 들었다.

이어진 개별 상담도 성의가 있었다. 자녀의 학교 성적표를 제시하자 각종 통계를 토대로 그 성적이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지금 성적을 유지할 경우 어떤 대학에 갈 수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이같은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1시간 넘게 기본적인 사항까지 묻고 또 물었지만 학원 교사는 조금도 싫은 기색 없이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도 학교에서 학부모를 상대로 상담을 하지만 길어야 30분 정도인 것을 떠올렸다. 게다가 자신은 대입과 고입 제도에 익숙하지 않아 "집에서 문제는 없느냐" 등 생활지도 위주로 상담하고 있었다.

3월부터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 지나자 담임교사가 전화해 "아이가 학원에 잘 적응하느냐"고 묻는 등 친절하게 상담해주었다. 자녀들의 성적에 대한 관심도 학교보다 학원이 훨씬 높은 것 같았다. 과목별 교사들이 돌아가며 전화를 걸어와 진도가 어느 정도 나갔는지, 아이의 수업 태도는 어떤지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입시 스펙에 도움을 주는) 대회가 있는데 나가보겠느냐"는 연락도 받았다. 학교에서는 그런 대회가 있다는 안내장도 보내주지 않았다. 물론 이런 일들은 학원에 계속 다니라는 상업성에 근거한 것이지만, 그래도 학부모들에게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두 자녀가 중학교에 다니지만 아직 담임한테 전화 한번 받아본 적이 없었다.

최근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의 무성의하고 시간 때우기식 수업에 분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는 것을 전제로 대충대충 가르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공교육 교사들이 무성의하게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학원들도 다 질이 달라 앞에 말한 지인이 경험한 것처럼 성의있게 가르치는 학원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닐 것이다. 돈을 받고 수업하는 학원 교사들보다 제자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정성스럽게 가르치는 공교육 교사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져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공교육 교사들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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