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만달러 無罪 선고' 하루 전 또 불법자금 수사라니

      입력 : 2010.04.09 23:07 | 수정 : 2010.04.10 09:2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는 9일 2006년 12월 국무총리 공관에서 오찬을 함께 한 뒤 곽영욱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한 전 총리가) 오찬 직후에 5만달러를 받아 숨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며, 짧은 시간에 돈 봉투 처리가 가능한지도 의심이 든다"며 "곽씨 진술은 일관성이 부족해 신빙성이 의심 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곽씨가 구치소에 계속 수감돼 있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궁박(窮迫)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해 검찰에 협조적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한 전 총리는 민주당의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한 정치인이다. 검찰이 그런 그를 법정에 세우면 아무리 단순한 형사 사건이라도 정치 사건으로 변질(變質)되고, 재판 결과가 6·2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리라는 건 불 보듯 한 일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다른 어떤 사건 때보다 빈틈없이 수사하고 신중하게 기소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

      그러나 검찰은 한 전 총리의 5만달러 수수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물증(物證)을 제시하지 못한 채 '한 전 총리가 곽씨로부터 골프채를 선물 받았고, 곽씨 소유 골프장빌리지를 한 달 가까이 무료로 썼다'는 등의 정황만 내놓았다. 유일한 증거였던 곽씨 진술은 돈 액수를 두고 '10만달러→3만달러→5만달러'로, 돈 준 방법은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줬다'에서 '식사를 마치고 의자에 돈 봉투 2개를 두고 왔다'로 오락가락했다. 곽씨는 판사 앞에서 "검찰 수사과정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껴 진술을 바꾼 것"이라고 말해 '강압수사' 논란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법원도 이를 인정한 셈이 됐다. 한 전 총리의 처신·증언에 일부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없지 않고 아직 2·3심이 남아 있다 해도 대한민국 최고수사기관의 수준을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 돼 버렸다.

      민주당과 한 전 총리측은 이날 법원의 판결문을 '서울시장선거 승리 어음'으로 여기며 대여(對與) 공세와 선거운동에 나설 듯하고, 여당은 '공인(公人)으로서 도덕성과 부적절한 처신'을 문제 삼을 태세다.

      검찰은 이번 판결 선고 하루 전날 "한 전 총리가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면서 과거 지역구 건설업자로부터 9억원가량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있다"며 또 다른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로선 아무리 사법적 당위성에 따른 정당한 수사라 해도 하필 이런 시점과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수사 착수는 적정성(適正性) 논란과 야당의 반발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한 전 총리와 검찰의 또 다른 진실게임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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