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전(前)총리 의혹', 신속한 수사가 공정한 수사다

조선일보
입력 2009.12.08 22:46 | 수정 2009.12.09 00:14

한명숙 전(前)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신속이 생명이다. 한 전 총리 수사가 신속함을 잃으면 공정성도 함께 잃게 된다.

한 전 총리는 야권에서 비중이 큰 정치인이다. 여성운동가 출신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국회의원과 장관, 국무총리를 지냈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이름이 올라 있다. 그의 정치적 재산은 직업 정치인 같지 않은 깔끔한 이미지다. 대중적 인기의 바탕도 이것이다. 따라서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가 신속히 매듭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소문과 의혹들이 떠돌아다니게 되면 정치인으로서 한 전 총리에게 복구하기 힘든 타격을 주게 된다. 따라서 검찰이 이번 수사를 공정하고 철저하게 하겠다며 시간을 끌게 되면, 결과적으로 공정성마저 잃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 전 총리 관련 의혹의 골자는 국무총리 재직(2006년 4월~2007년 3월) 즈음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았고, 이것이 곽씨가 2007년 3월 자기 경력과 별 연관이 없는 한국남동발전의 사장으로 선임된 과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이에 대해 "단돈 1원도 받은 일 없다.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9월 22일 비자금 조성 혐의를 잡고 대한통운을 압수수색한 후 11월 7일 비자금 조성 시기(2000~2005년)의 사장이었던 곽씨를 구속했다. 한 전 총리 관련 의혹이 보도된 것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 5일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묵묵히 수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인 수사에선 증거와 법률에 따른 수사라는 원칙 못지않게 완벽한 관련증거를 확보해놓고 수사 대상의 신병처리까지 순식간에 마무리 짓는 전격적(電擊的) 수사가 중요하다. 이번 사건에선 지난달 25일 곽 전 사장의 구속기소 이후 J, K 등 정치인 이니셜이 정가에 나돌았고, '그 J가 아니고 이 J라더라' 하는 소문도 나돌았다. 한 전 총리의 실명(實名)이 보도되고 나자 야권은 "나쁜 의도의 수사"라고 반발하고, 검찰 관계자는 "진술이 탄탄하게 구성돼 있다"고 하는 공방이 오가고 있다. 수사가 이런 식으로 이어지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검찰은 최대한 신속한 수사로 의혹 당사자의 불명예를 벗겨주거나 아니면 완벽한 수사로 거론된 혐의를 입증하든가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한 전 총리측 역시 대책위를 구성하는 식의 정치적 공방전으로 끌고 가기보다 검찰에 나가 '단돈 1원도 받은 적이 없다'는 자신의 말을 증거와 행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옳다. 한 전 총리측과 검찰 모두 정도(正道)로 나가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