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대란… ETS “7월 시험등록 취소”

조선일보
  • 김남인 기자
    입력 2007.04.13 00:28 | 수정 2007.04.13 13:45

    인터넷·전화 접속 마비에 어제 새벽 갑자기 공지
    특목고·국내 대학서 토플 요구… 응시권 양도·원정 시험도 성행
    학생들 “ETS, 대안없이 횡포만”

    “3일째 잠도 못 자고 계속 컴퓨터 앞에 붙어 있었는데, 7월 시험 등록이 갑자기 취소됐어요.”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김은주(여·25)씨는 12일 아침 미국교육평가원(ETS) 홈페이지에 뜬 공지를 발견하고 울먹였다.

    지난 10일부터 7월 토플시험 신청을 접수한다고 공지했던 ETS가 12일 새벽 느닷없이 ‘7월 시험 등록은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가능하다’고 새로운 공지를 올린 것이다. 이미 접수 예정일이었던 지난 10일 새벽부터 응시자들이 홈페이지 접속을 시도했지만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던 상황이었다. 전화 등록도 불통이다. 토플시험 업무를 대행하는 기관인 한미교육위원단은 지난 2일 사설 콜센터에 등록 업무를 이관했다. 하지만 20명의 직원이 3일간 폭주한 28만건의 전화에 응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TS 홍보대행사인 에델만은 “이미 접수가 끝난 2분기(4~6월) 토플 시험장이 3곳 추가되면서 여기에 응시하려는 인원과 7월 시험 응시자가 함께 몰려 인터넷 사이트가 마비됐다”며 “한 나라에서 접속이 폭주하면 다른 나라 사이트 접속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한국에서의 등록을 막아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험 횟수는 줄고 응시생은 늘고

    ETS는 지난해 9월 시험방식을 CBT(Computer Based Test)에서 IBT(Internet Based Test)로 바꿨다. CBT는 컴퓨터로 미리 시험문제를 받아 풀지만 IBT는 세계적으로 동시에 미국 서버에 접속해 시험을 봐야 한다. 또 ETS가 시험장을 대학교로 제한하면서, 대학측에서 시설 대여를 거부할 경우 시험 횟수가 줄어들기도 한다. 한미교육위원단 측은 “일본 역시 대학시설 이용이 까다로워 한국과 마찬가지로 접수 대란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응시생이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특목고와 국내 대학들이 몇 해 전부터 영어 특기자를 선발하는 데 토플점수를 요구하면서다. 서울 청담동의 한 어학원장은 “특목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요즘은 초등학생 때부터 토플준비를 한다”고 했다. 시험장을 참관했던 한미교육위원단 관계자도 “토플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일본, 대만, 필리핀까지 가서 시험을 보는 ‘토플 원정’이 성행하고 있다. 응시권 ‘양도’도 흔한 일이다. ‘양도’란 미리 등록해 놓은 응시권을 다른 사람에게 웃돈을 받고 파는 것을 말한다. 최대 토플 사이트인 ‘해커스 토플’에는 응시권을 사고판다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공식 응시료는 15만원. 응시권은 그 두 배인 30만원에 팔리기도 한다.

    ◆무대책 ETS

    ETS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학생 박세원(24)씨는 “국내 수요를 감안해 시험 횟수를 늘리는 것과 같은 대안을 내놓지 않는 걸 보면 ETS의 태도가 고압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ETS가 일년 스케줄은커녕, 시험등록 일정을 언제 발표할지, 응시 가능 인원은 어느 정도인지 사전에 밝히지 않는 점도 비판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에서 치러진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 대한 처리에서도 같은 지적을 받았다. 당시 문제 사전 유출 의혹이 제기되자 ETS측은 옥석(玉石)을 구분하지 않고 일단 의심 가는 학생들의 성적을 모두 취소해버렸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1년 전에 출제한 문제를 똑같이 출제하는 등 시험문제 관리와 감독이 허술해 생긴 일”이라며 “ETS가 자기 과실에는 눈감고 학생에게만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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