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을 배구 남녀대표팀의 메달 전선에 먹구름이 꼈다.

지난 2002년 부산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2연패를 노리는 한국 남자 대표팀(세계랭킹 11위)은 22일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예선리그 D조 마지막 경기에서 러시아에 완패해 1승4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호철 대표팀 감독은 출국 직전 한국이 8년 만에 참가하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아시안게임에 대비하는 과정으로 보고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아프리카의 강호 튀니지(세계 17위)와 상대전적에서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부터 6연승을 거듭하다 풀세트 접전 끝에 처음 패했고 캐나다(세계 12위)에도 첫 세트를 이기고도 뒷심 부족을 드러내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특히 재활을 이유로 대표팀에 늦게 합류한 ‘간판’ 이경수(LIG)를 모든 경기에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친 끝에 나온 결과여서 실망은 크다.

국내 최고의 공격수인 이경수는 연습 부족 탓인지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 못했고 대표팀은 고비마다 해결사 부재에 허덕였다. 또 서브와 블로킹, 리시브 등 기본기에서 보완이 절실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색깔을 놓고 각축을 벌일 일본은 예선 A조에서 3승2패로 2위에 올라 16강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아르헨티나(세계 7위)에 3-1로 승리했고 중국(세계 14위)전에는 2-3으로 고배를 들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올해 아시아 최강전에서 중국과 일본을 모두 꺾었지만 당시 상대팀은 베스트 멤버가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에서는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김명수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도 지난 16일 끝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출전 사상 처음으로 12강에서 밀려나 공동 13위에 머무는 쓴맛을 봤다.

대표팀은 세계랭킹 1위 중국 다음으로 은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복병 대만과 숙적 일본이 큰 장애물로 다가왔다.

한국(세계 8위)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한 대만(세계 23위)에 17년 만에 처음으로 패했고 일본(세계 7위)에도 8연패 수모를 당했다. 대표팀 소집훈련 기간이 짧았고 세대교체를 단행한 뒤 겪는 진통으로 볼 수 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메달권 진입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포’ 김연경(흥국생명)을 비롯해 한유미(현대건설), 황연주(흥국생명) 등 젊은 공격수들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수비에서는 약점을 드러냈다.

다만 갈수록 조직력은 나아져 마지막 경기에서 터키를 완파했고 지난 5월 무릎 수술을 받은 김연경의 건재를 확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