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훌리에타 그라나다가 우승상금 100만 달러가 100달러짜리 현찰로 들어있는 박스를 받아 들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기자가 물었다. “당신 나라 파라과이의 화폐 단위는 뭡니까.” “과라니(Guarani)인데요.” “그럼 우승 상금 100만달러는 거기 단위로 1000만 과라니 정도 되나요?” “훨씬 더 되지요. 수억(실제로는 수십억) 과라니는 될 거예요.” “수억 된다고요?” “그 부분은 쓰지 말아주세요.”

훌리에타 그라나다(파라과이·20)가 2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의 트럼프인터내셔널골프장(파72·6506야드)에서 열린 미LPGA 투어 ADT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다른 결선 진출자 7명을 제치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그라나다는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쳐 4언더파 68타로 미LPGA 투어 첫 승을 따내면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됐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막판까지 따라붙었지만, 2언더파 70타로 2위에 머물렀고, 캐리 웹(호주)은 3위(1언더파)에 그쳤다. 정일미와 김미현은 미야자토 아이(일본)·나탈리 걸비스(미국)와 함께 공동 4위(이븐파)를 기록했다.

정일미는 경기 중반까지 그라나다를 1타차로 바짝 뒤쫓았으나, 16번홀(파4)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면서 더블보기를 범해 밀려났다. 폴라 크리머(미국)가 3오버파 75타로 8명 선수 중 8위.

그라나다는 14세 때 골프 유학을 위해 어머니(로사 그라나다)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재능을 인정 받아 레슨 코치 데이비드 레드베터의 골프아카데미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늘 쪼들렸다. 평상시엔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다른 주에서 열리는 대회 장소로 이동할 때만 렌터카를 이용했다. 캐디를 고용할 비용이 없어서 우승 당일까지도 어머니가 캐디 역할을 대신해 줬다.

그라나다는 “상금으로 우선 차 한 대를 사고, 나머지는 부모님께 맡겨 투자할 곳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아버지(알레한드로 그라나다)는 파라과이의 한 골프장에서 그린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