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카드가 없어도 1년에 15개 대회쯤은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카드를 갖고 미국에서 뛰고 싶으니까 좋은 성적 내야죠”

19일 일본 미야자키의 피닉스골프장(파70.6천907야드)에서 개최된 일본프로골프 던롭피닉스토너먼트를 끝으로 시즌을 마친 양용은(34.게이지디자인)은 경기가 끝나자 곧바로 도쿄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도쿄에서 부인, 세 아들과 합류해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나는 양용은은 오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출전할 예정이다.

미국 원정길에는 양용은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한 캐디 자렛 러브(호주) 일가족도 함께 한다.

2년 전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장만해둔 집이 퀄리파잉스쿨에 열리는 골프장과 불과 20분 거리에 있어 며칠 쉬면서 피로를 씻어낸 뒤 연습에 나설 생각이다.

퀄리파잉스쿨에서 목표는 물론 30위 안에 들어 내년 PGA 투어 카드를 받는 것이지만 양용은의 출사표에는 비장감은 찾아볼 수가 없고 여유만만이다.

양용은은 지난 12일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 10명이 나선 유럽프로골프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우승한 덕에 세계랭킹이 38위로 상승, 내년에는 메이저대회 4개와 월드골프챔피언십 대회 3개, 그리고 일부 대회에서는 초청 선수로 나갈 수 있어 PGA 투어 대회 15개 안팎은 거뜬히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라면 아무 대회나 출전하고 싶다고 신청하면 투어 카드없이도 받아 준다고 합니다. 그러니 굳이 퀄리파잉스쿨에 목을 맬 이유가 없죠”

그렇지만 양용은은 반드시 투어 카드를 따내겠다는 각오는 흔들림이 없다.

“골프채를 쥐면서 목표가 PGA 투어 선수가 되겠다는 것이었고 아무래도 카드를 갖고 있으면 대회출전 일정 짜는 것이 수월합니다”

양용은의 계획은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하면 2004년에 미국 집을 본거지로 삼아 PGA 투어와 유럽프로골프 투어, 일본 투어, 그리고 한국 대회를 골라가면서 출전한다는 것.

일본에서는 2008년까지 투어 카드가 확보되어 있고 유럽투어는 2009년, 그리고 한국에서는 2011년까지 출전권을 갖고 있으니 ’양손에 떡’을 넘어서는 ’투어 카드 부자’인 셈이다.

“퀄리파잉스쿨이 힘든 게 6일 동안 108홀을 도는 강행군이라는 점도 있지만 떨어지면 안된다는 피말리는 강박감이 더 힘듭니다. 제게는 다행히 그런 게 없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양용은은 “이번이 마지막 대회인데 나쁜 날씨에다 컨디션마저 썩 좋지 못해 결과가 좋지 않아 조금 실망스럽다”면서도 “올해는 우승도 3번이나 하고 돈도 많이 벌어 프로로 데뷔한 이후 최고의 해였다”고 올해를 결산하면서 “미국에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