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내년에 나 마스터스 갈 때 감독으로 같이 가죠“

”나도 대회 나가야지“

”한 두개 빠지면 좀 어때요“

일본프로골프(JGTO) 던롭피닉스토먼트에 함께 출전한 김종덕(45.나노소울)과 양용은(34.게이지디자인)이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이다.

유럽프로골프 투어 HSBC챔피언스를 제패한 양용은은 세계랭킹 38위까지 뛰어 올라 연말 기준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에게 주어지는 마스터스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한 상태.

2004년부터 일본에서 뛰기 시작한 양용은은 4승을 올렸고 이제 막 세계 정상급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런 양용은의 성공은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맏형’처럼 보살핀 김종덕의 존재 때문이다.

올해 10년째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종덕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진출한 선수는 마치 친동생처럼 보살폈다.

1997년 일본으로 건너온 최경주(36.나이키골프)를 비롯해 허석호(33), 양용은, 그리고 장익제(33.하이트) 등은 모두 김종덕이 있었기에 빠르게 일본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김종덕은 낯선 일본 땅에 후배들이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원스톱 서비스’에 나선다.

대회 정보와 코스에 대한 지식, 투어 행정 절차 뿐 아니라 맛집, 싸고 괜찮은 숙소를 물색해준다. 일본 선수 위주의 투어 운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적지 않은 신경을 쓴다.

더구나 때로는 코치나 감독 역할까지 떠맡는다. 연습 라운드를 함께 돌면서 스윙에 잘못된 점이 드러나면 어떻게 고치라고 알려준다.

심지어는 작년에 처음 일본 땅을 밟았던 위성미(17.나이키골프)도 김종덕과 함께 연습 라운드를 돌면서 일본 코스 공략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3일 일본프로골프투어 카시오월드오픈에 나오는 미셸 위는 아버지를 통해 일찌감치 김종덕에게 전화를 걸어 ”연습 라운드 때 같이 치면서 이것저것 좀 봐달라’고 예약까지 해놓았다.

양용은은 “처음에 일본에 왔을 때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 그때마다 도와줬다”면서 “2년전에 비해 샷도 굉장히 좋아진 것 역시 형이 옆에서 제때 고쳐준 덕”이라고 말했다.

김종덕은 “용은이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선수”라면서 “일본에 왔을 때는 볼이 막 날아다녔는데 내가 봐주면서 좋아졌다”고 흡족해 했다.

“그러다가 매니저 겸 레슨 코치로 나가는 것 아니냐”고 하자 김종덕은 “내가 일본에 왔을 때 당한 설움을 후배들에게 대물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뿐”이라면서 “그래도 나도 선수이고 코스에서는 후배들과 당당하게 겨루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