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UFC)가 독점하고 있던 미국 MMA 시장에 드디어 펩시콜라(프라이드)가 나타났다' 프라이드의 첫 미국 진출에 대한 미 유력 격투사이트 Sherdog.com의 평이다. 1997년 흥행을 시작한 이후 10년 만에 이루어진 프라이드의 '미국 침공'이 끝난 지금 세계 격투계는 그 뒷이야기 및 앞으로의 행보를 놓고 시끌시끌하다. 프라이드의 첫 미국 진출은 과연 성공적이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미국 진출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할지 살펴보도록 하자.

프라이드의 미국 진출, 성공 or 실패?

프라이드가 생긴 이래로 최초로 타국에서 치러진 이번 32회 대회는 전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특히 프라이드 주최 측과 일본 언론 측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미국 팬들의 모습에 잔뜩 고무된 듯 하나같이 만족한 모습으로 연일 장밋빛 미래에 대한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프라이드 측에서 발표한 11727명이란 놀라운 관객 숫자를 보면 이런 태도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이것은 미국 종합격투기를 주도하고 있는 UFC의 관객 수와 비등비등하며, 여타 미국 이벤트들의 관객 수에 비해선 몇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사실 이번에 프라이드가 열린 토마스&맥 센터는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큰 실내경기장으로, UFC가 열리는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 혹은 만달레이 베이 이벤트 센터보다 규모 면에서 한 수 위다. 휘트니 휴스턴, 셀린 디옹, 머라이어 캐리 등 유명 가수들의 대형 콘서트 및 이밴더 홀리필드vs리딕 보우, 이밴더 홀리필드vs레녹스 루이스 등 전설적인 복서들의 경기가 치러진 것으로도 유명하며 올해 11월에도 인기 복서 매니 파키아오와 에릭 모랄레스 간의 3차전이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런 거대한 규모의 경기장을 첫 대회에서 70% 정도나 채웠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팬들이 보여준 뜨거운 열기는 프라이드 관계자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다.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나 마우리시오 쇼군, 반더레이 시우바 등 유명 프라이드 파이터들의 미국 내 인지도는 예상보다 훨씬 높았으며, 특히 효도르 같은 경우 미국 선수인 상대 콜먼을 훨씬 압도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과시하며 '황제'의 위상은 결코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들이 있는 이상 프라이드가 UFC를 미국에서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자신감 있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몇몇 미국 언론들의 시각은 좀 다르다. 미국의 유력 격투 사이트 MMA WEEKLY는 최근 프라이드 32 대회의 관객 숫자에 대한 자체 분석 기사를 발표했는데, 그에 따르면 이번 대회의 총 관객 중 티켓을 직접 구매해 들어온 관객은 8079명에 그쳤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 들인 비용이 총 30억엔(한화 약 240억원)이라는 주최 측의 발표와 함께 따져본다면 상당한 손해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직 정확한 수치가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PPV 수입 역시 이번 대회에서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본다면 프라이드 측이 이번 대회의 결과에 대해 과연 '성공'이란 단어를 자신 있게 사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프라이드 32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른 차이로 해석된다. 이번 대회에 대한 투자 금액과 거기서 거둔 이익을 단순히 숫자로만 따진다면 프라이드 미국 대회는 분명 성공이라 부르긴 힘들다. 후지 TV와의 계약 파기로 인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의 프라이드 상황을 따져본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프라이드의 첫 미국 진출로서 새로운 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는 의미로 본다면 이번 결과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기에 충분하다. 공짜표로 입장한 4000여 명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첫 미국 대회에서 12000명의 관객이 입장했다는 것은 분명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였다. UFC의 주최측인 ZUFFA사가 약 5년 넘게 갖은 공을 들여 얻어낸 그 수치를 미국에 입성하자마자 얻어낸 것이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런 상승세를 타고 사카키바라 대표는 자국 내 지상파 방송국 3개사와의 협상을 새롭게 시작했다고 하는데, 프라이드 32의 성공이 이 협상의 물꼬를 틔워주었으며 그 과정에 커다란 힘이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앞으로의 프라이드 in U.S.A

현재 프라이드의 다음 미국 대회는 내년 2월 24일 토마스&맥 센터에서 다시 한 번 열리는 것으로 발표되었으며, 반더레이 시우바를 비롯한 여러 톱스타들이 또다시 출전할 것이라 한다. 이밖에도 사카키바라 대표의 말에 따르면 2007년엔 라스베가스 외 미국 서부지역에서 4~5회 더 대회가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철저히 준비해야 된다는 전제가 따르겠지만, 일단 전망은 상당히 밝다. MMA 그리고 프라이드에 대한 미국 팬들의 인지도 및 이해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프라이드 자체의 홍보보다는 UFC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MMA 대중화' 노력의 덕으로 판단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라이드는 자신들의 가장 큰 적이 다져놓은 길 덕택에 한결 손쉽게 미국 입성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문제는 MMA하면 UFC를 떠올리는 일반 미국 팬들의 머릿속에 프라이드의 색깔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각인시키느냐이다. 이전에도 한번 거론했던 것처럼, UFC 측이 재미를 봐온 'The Ultimate Fighter'처럼 주기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프라이드 측도 만들 필요가 있다. 대회 개최에 대한 진부한 홍보가 아닌, 팬들의 가슴 속 문 속으로 슬며시 스며들어갈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벤트 내적인 부분으론 매치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32회 대회에서 프라이드 측은 무대 구성이나 오프닝 쇼 등에선 철저히 자신들의 색깔을 유지했지만, 매치업에서는 미국인 파이터들을 경기마다 포진시키는 등 미국 팬들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치르며 드러난 사실은, 확실한 매력을 가진 스타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열광을 끌어낼 수 있으며, 미국 관중들은 그들을 받아들일 자세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나 마우리시오 쇼군 등이 얻은 뜨거운 관심과 성원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오히려 최대한 미국 팬들의 입맛에 맞추려 했던 대진 카드들이 대부분 '프라이드답지 않은' 미스매치였다는 비판이 그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다음 대회부터는 미국 선수들에게 너무 집중하기보다는 프라이드가 그동안 육성해온 스타들을 나름의 방법으로 홍보하는 동시에 일본 대회에서처럼 치열한 실력파 매치업을 만드는 데 힘을 쏟는 것이 훨씬 바람직해 보인다.

마치며......

어찌됐건 프라이드의 첫 미국 대회는 수많은 뒷이야기를 남기고 그 막을 내렸다. 총 대회 진행비 30억 엔에 라스베가스 현지에 동원된 일본인 스탭만 300명.......그야말로 총력을 기울인 프라이드의 이 '한 방'은 분명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고, 이는 한동안 곤경에 빠졌던 프라이드의 이후 스케줄에 커다란 탄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새로운 무대에서 새롭게 각오를 다진 프라이드가 11월의 무사도와 12월의 남제, 그리고 내년의 제 2회 미국 대회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줄지 기다려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