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 프라이드 미국침공 완벽해부(下)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프라이드 32엔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카드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프라이드 폭풍’이 몰아치며 곧바로 인기몰이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비록 이번 대회의 카드가 훌륭하다고는 하나 이 질문에 대해 자신있게 ‘YES’라 답하긴 쉽지 않다. 프라이드와 한 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기존 세력들이 결코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라이드 미국침공 완벽해부 마지막 편에서는 프라이드가 부딪쳐야 할 미국 MMA 시장의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간단하게 짚어보도록 하겠다.

‘UFC의 아성’, 프라이드 미국진출의 최대 걸림돌

현재 미국 격투기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단체는 단연 UFC로, 그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인기채널 SPIKE TV를 통해 정규 넘버시리즈가 생방송 PPV로, 하부리그인 UFN이 무료 생방송으로 각각 한 달에 한번 꼴로 방영되며, 리얼리티 쇼 ‘The Ultimate Fighter'가 매주 방영된다. 여기에 이벤트가 펼쳐질 때마다 구성되는 각종 특집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UFC는 거의 매일 미국 시청자들의 안방에 노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MA라는 매력적인 컨텐츠가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빈번하게 미디어에 노출이 되니 인기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아버지 세대에 복싱이 있었다면 여러분 세대엔 UFC가 있습니다.’라는 그들의 슬로건 대로 UFC에 대한 미국의 젊은 남성층의 지지는 이제 확고해졌다.

켄 섐락과 티토 오티즈 간의 3차전이 치러진 ‘UFN 7’이 MLB의 플레이오프전을 시청률에서 제압했으며, 포털사이트 야후가 최근 최다 인기 검색어 BEST 5 중 하나로 UFC를 지정한 것은 그 인기가 사뭇 심각(?)하다는 증거이다. 다시 말해 UFC는 이제 소수 마니아가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가 아닌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즐기는 하나의 문화코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프라이드의 미국 내 인지도는 과연 어떠한가? 아쉽게도 한국에서의 폭발적인 인기와는 달리 미국 내에서 프라이드의 인기는 아직 그리 높지 않다. 미국 내에서의 인기만 따진다면 냉정히 말해 UFC와 프라이드는 거의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그 동안 프라이드가 철저히 자국 흥행에 주력하며 크고 작은 역사를 만들어 온 것처럼 UFC 역시 자국 흥행에선 어느 누가 와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기반을 쌓아 왔다는 얘기다.

UFC가 그 동안 쌓은 인기와 노하우를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것은 지난 WFA 대회의 실패에서 드러난다. WFA는 복싱 프로모터 돈 킹의 협력 소식으로 개최 이전부터 엄청난 이슈를 불러 모았으며, 프라이드의 슈퍼스타 퀸튼 잭슨과 전 UFC 헤비급 챔피언 바스 루튼, 그 외 다양한 스타들의 참전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WFA 회장 제임스 래픈이 UFC 61 대회장에서 쫓겨난 적이 있을 정도로 WFA에 대한 UFC 측의 견제 역시 상당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WFA 첫 대회는 기대와는 달리 고작 수천 명의 관객 동원이라는 실망스런 결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이는 UFC가 날려대는 흥행 연타석 홈런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 결과이기도 했다.

UFC의 이런 파워를 이미 인지하고 있던 프라이드는 당초 UFC와 협력해 미국 진출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려 했으나, 물과 기름과도 같은 양 단체의 이해 관계는 애초부터 공존하기가 힘들었다. 현재 두 단체의 협력 약속은 거의 백지화된 상태라 알려지고 있으며, 관계는 오히려 더욱 껄끄러워 진 듯 하다. 특히나 최근 한 라디오 쇼에서는 프라이드 미국판 프로듀서 제이 밀란이 인터뷰를 하는 도중 UFC 사장 데이나 화이트가 전화를 걸어와 방송 도중 극심한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미 취소된 것으로 알려진 ‘척 리델 vs. 반더레이 실바’ 戰부터 팀 실비아의 파견 문제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해 강도 높은 언쟁을 주고받던 둘은 급기야 서로에게 욕설까지 퍼부으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날 언쟁에서 데이나 화이트는 ‘프라이드에 대한 UFC의 불신이 상당히 뿌리 깊다는 것’, ‘아쉬운 쪽은 프라이드지 UFC가 아니라는 것’을 강력히 주장했는데, 불행히도 이 두 가지는 모두 사실이다. 특히 첫 미국 진출이란 점을 고려해 본다면 UFC와의 협상 결렬 및 대립은 앞으로 프라이드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미국시장에 맞는 대응책 강구

프라이드 측은 이번 대회의 흥행뿐만 아니라 그 이후, 즉 장기전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프라이드 32의 여세를 몰아 미국 시장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프라이드란 이벤트와 그 스타들을 미국 팬들에게 각인시키느냐는 과제가 던져진 것이다.

그 선례는 역시 UFC에서 찾아볼 수 있다. TUF 시리즈는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한다는 모토 하에 진행되었지만, 실제로는 UFC란 단체 및 기존 스타들의 존재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홍보 작업이 그 안에서 철저히 진행되었다. 아예 UFC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시청자들에게 ‘UFC는 세계 최고의 MMA 단체이다’ ‘랜디 커투어와 척 리델은 정말 엄청난 스타들이다.’라는 명제들이 매주 자동적으로 주입되었던 것이다. 리얼리티 쇼를 통해 단순한 ‘스타 만들기’를 넘어 아예 ‘판 키우기’에 성공한 UFC는 PPV 구매율 및 시청률 등에서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으며, 간판선수 척 리델과 랜디 커투어는 스폰서십 만으로도 일년에 수십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슈퍼 스타로 성장했다.

프라이드 역시 이번 대회가 끝난 이후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FOX-TV에서 주기적으로 하이라이트 등이 방영되고 있긴 하나, TUF 시리즈처럼 지속적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행사 등이 추가될 필요성이 있다. UFC가 '캡틴 아메리카‘의 모델로서 랜디 커투어를 전 미국 팬들의 가슴속에 각인시킨 것처럼, 효도르와 크로캅 등 수퍼 스타들을 어떻게 미국 팬들의 뇌리에 박아 넣을지도 물론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마치며.......

지난 2003년, UFC의 대표 파이터 중 한 명인 척 리델을 PRIDE 미들급 GP에 출전시킨 데이나 화이트는 대회가 열렸던 사이타마 수퍼아레나에 초대되었다. 초대형 돔을 가득 메운 수 만 명의 관중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프라이드 북미판 해설자 바스 루튼의 질문에 화이트는 그저 쓴웃음 밖에 지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화이트는 입가에 자신감 있는 미소를 띠고 프라이드를 사 버릴 수도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프라이드가 미국 진출을 놓고 미적거리던 지난 몇 년 동안 UFC는 폭발적인 상승세로 자국 시장을 움켜쥐다시피 했으며, 그 흥행의 중심부인 라스베가스를 중심으로 돈 냄새를 맡고 모여든 큰손들의 자금이 서서히 이 시장으로 몰려들며 좀더 높은 차원의 게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상당 부분을 선점한 이 기존 세력들의 텃세를 치고 들어가야만 하는 후발 주자 프라이드, 그래서 이번 32회 대회는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프라이드와 UFC 간의 단체 간 자존심이 걸린 비즈니스 싸움, 그들을 둘러싼 주변 세력들의 공조 및 대립, 모든 것이 이번 대회가 끝난 이후 본격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일생 일대의 싸움을 앞둔 프라이드의 선제타는 거대한 미국 시장에 과연 얼마나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인가?

한국시간으로 22일 일요일 아침, 함께 확인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