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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못참겠다" 노대통령에 반기
총대 멘 김 의장, 노 대통령과 각 세우기
"노대통령이 국회의원이면 청와대 몇번이나 들이받았을 것"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통합신당파 의원들이 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신당은 지역당’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반기(反旗)를 곧추 세웠다.

우리당은 이날 김근태(金槿泰) 의장을 필두로 “평화개혁 세력의 재결집을 추구하는 통합신당을 지역당으로 폄하하는 것은 모욕적 언사이자 제2의 대연정 발언”이라고 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며 당.청 결별을 향한 발걸음을 한발짝 더 내디뎠다.

우리당과 청와대가 연일 상대방에 대한 공개 비판을 주고받는 핑퐁게임을 거듭하면서 갈등이 한단계씩 최고점을 향해 고조되는 양상으로, 당청간에 ‘살풍경’이 드리워지고 있다.

과거의 두사람
1999년 5월 3일 열린 국민회의 의원총회에서 같은 재야출신의 김근태(오른쪽), 노무현 부총재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또 노 대통령이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천정배(千正培) 의원을 비롯한 통합신당파를 비판한 데 대해 김 의장이 총대를 메고 나섬에 따라 옛 동지였던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의 관계는 ‘루비콩 강’을 건너고 있다.

“지역주의 정당으로의 회귀는 절대 안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우리당 지도부와 통합신당파는 “노 대통령의 생각이야말로 정치공학적 접근이자 역(逆)지역주의”라고 비판했다.

단순히 우리당의 진로와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시각차이 수준을 넘어서 시대정신과 바람직한 정치구도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근본적인 균열이 생긴 것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아껴왔던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작심한 듯 “통합신당을 지역당으로 비난하는 것은 제2의 대연정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장은 “대연정을 추진하며 ‘한나라당이 선거법 개정에 동의하면 권력을 통째로 넘겨도 좋다’는 발언이 우리 국민에게 모욕감을 주고 지지층을 와해시킨 일을 기억해야 한다”며 “통합신당 논의는 초심으로 돌아가 참여정부를 출범시킨 모든 평화세력을 재결집하는 것이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자는 얘기인데 이런 노력을 지역당 회귀로 규정하는 것은 다시 모욕감을 주는 것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지역주의 타파가 중요하지만 유일한 과제는 아니며, 명확한 비전을 세워 평화와 번영의 물꼬를 트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시국관에 있어서 노 대통령과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당은 비록 한계는 있었지만 민주주의와 화해협력을 추구하는 전통 지지세력과 함께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통합신당은 바로 등을 돌린 전통 지지세력을 재결집하겠다는 노력”이라며 “노 대통령의 발언은 지지세력의 재결집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특히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서라도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정치공학이자 역(逆) 지역주의”라며 “과거 ‘바보 노무현’이 주장했던 지역주의 극복에는 시대정신이 담겨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노 대통령의 주장속에서 시대정신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의 말은 그 속에 들어있는 독소 때문에 여태껏 국민을 쪼개고 분열시켜왔는데 이제는 당을 깨려고 작심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현재 당을 끌고 갈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 대통령에게 무슨 지지가 있고 비전이 있느냐”며 노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치받았다.

그는 또 “입장을 바꿔서 대통령이 지금 국회의원이었다면 청와대를 몇 번이나 들이받았을 것”이라며 “자기는 대통령 임기를 다해놓고 앞길이 구만리같은 의원들한테 아무 비전도 제시하지 않고 다음번 국회의원 선거에 다 떨어지라는 것인데 누가 귀를 기울이고 따라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주승용(朱昇鎔) 의원은 “대통령이 친노와 반노의 갈등만 심화시키고 싸움을 붙이는 것 같다”면서 “시기나 절차, 방법은 나중에 고려하더라도 헤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결별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대해 친노성향인 김태년(金太年) 의원은 “신당세력들이 솔직해져야 한다”며 “원래 (대통령과) 같이 가고 싶어하지도 않았으면서 대통령 핑계댈 필요가 없다”며 통합신당파를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문희상(文喜相) 유인태(柳寅泰) 의원 등 중진들의 모임인 ‘광장’은 당.청간, 친노-반노간 갈등이 격화되자 중재노력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광장’ 소속인 오영식(吳泳食) 의원은 “대통령과의 관계는 전략적으로 사고해야지, 너무 과도하게 공격하거나 파국적인 모양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냉각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06.12.01 11:26 28' / 수정 : 2006.12.01 12:1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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