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선 고건 전 총리가 24일 광주를 방문, 충장로 광주 우체국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고 건(高 建) 전 총리는 24일 “광주와 전남은 내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나를 성장시켜준 어머니 품과 같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이날 광주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광주와 전남은 도지사를 하면서 젊음과 정열을 쏟았던 지역”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이 지역 지지율이 하락 추세라는 점을 감안한 듯 평소와는 달리 감성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지지층 재결집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현시대를 사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마음 한편으로 광주시민, 전남도민이 아닌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빛고을 광주.전남은 민족자존의 빛이요, 양심의 빛, 인간 존엄과 민주주의의 빛”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도지사 시절 영산강 4개 댐과 하남공단, 여수와 광양 산업기지의 산파역을 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국무총리 시절엔 망월동 묘지를 국립묘지로 만들고 정부차원의 추모행사를 거행하는데 앞장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 고 전 총리는 ‘햇볕조절론’을 주장한 것이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전달되면서 이 지역 지지층의 정서를 건드린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DJ를 언급했다.

그는 “DJ는 햇볕정책을 시행하면서 6.15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고, 남북관계 진전을 가져왔다”며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민주화 역사에 족적을 남긴 역사적인 지도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DJ를 모시고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민선 서울시장을 했다”며 인연을 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임기 도중 평가는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미래와 경제 세미나 격려사에서는 “이 정부의 첫 총리로서 자괴감을 느낀다”며 비판적인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특히 노 대통령이 지난 8월 청와대에서 노사모 회원들에게 “당시 국무총리(고 건)도 인계철선은 치우면 안된다고 했지만 내가 정부 입장을 고쳐서 빼도록 했다”고 발언한 녹음파일이 공개된 것과 관련, “우리가 처한 특수한 안보상황을 감안해 노 대통령에게 미군의 자동개입과 북핵문제 해결, 전쟁억지력 강화 등 세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며 “지금도 내가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또 ‘J프로젝트’에 대해 “발상은 옳지만, 구호나 발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업내용을 구체화하고 진행하는가의 문제”라며 “진정한 지방의 발전은 중앙으로부터의 시혜적 사업이 아니라, 지방이 주체가 돼 스스로 역량을 키울 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이 지역에서 지지율이 높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을 은근히 견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지난 여름 영국의 국회시찰단이 자신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추진한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집중 견학했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홍보캠페인이 요란한 청계천이 아니라 굳이 그늘에 가려진 상암 DMC를 보겠다는 이들의 요구에 약간 거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역에서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고 전 총리가 광주역에 도착하자 500여명의 지지자가 마중을 나와 ‘고 건’을 연호했고, 민심탐방 행사를 한 금남로에는 1천여명 가까운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