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지역 공직 사회에 '인사 태풍'이라는 선거 후유증이 몰아치고 있다. 5·31 지방선거 결과 부산지역 1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0곳의 단체장이 교체된 가운데 새 수장을 맞이하는 기초자치단체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다음달 1일 새 단체장이 취임하면 논공행상과 보복(?) 차원의 대규모 인사이동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정 후보에게 줄서기를 했던 공무원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업무에 손을 놓다시피 해 행정 공백마저 우려된다.

▲살생부와 배신자=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직 구청장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A 구청장 당선자 측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현 구청장을 '보이지 않게 응원했다'며 몇몇 동장들을 벼르고 있다. 선거 막판 줄서기의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 모 동장을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시범케이스로 경찰에 고발해 둔 상태다. 사정이 비슷한 B구청에서는 이미 '살생부'가 마련됐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이 '살생부'의 반열에 올라 있다고 판단되는 공무원들은 '이사' 준비에 나섰고 '살생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는 배신자(?)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C구청의 경우 구청장 당선자가 확정된 이후 한 고위간부가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만회하기 위해 구정 핵심정보를 당선자에게 제공해 부하 직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보복인사 없다"를 공약으로 내걸 정도=D구청에서는 현 구청장의 '정치적 라이벌'인 전 구청장이 다시 구청장에 당선되면서 보복인사에 대한 공포감이 감돌고 있다. 현 구청장이 4년 전 부임 첫날 주요 인사들을 모두 한직으로 발령내고, 조례까지 개정하는 초강수를 두며 비서실 여직원마저 보건소로 보내는 등 당선자 측근들을 쫓아버린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기간 "구청장에 당선되더라도 절대 보복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당선자의 약속에도 불구, 구청 분위기는 이미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알아서 간다는 소신파와 당근 기대하는 충성파=당선자가 휘두르는 '인사의 칼'을 피해 스스로 물러날 준비를 하는 공무원들도 있다. E구청의 경우 젊은 당선자 밑에서 업무 수행이 곤란하다며 동사무소로 발령을 내달라는 이른바 소신파 사무관(5급)들로 동장직 경쟁률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직 구청장이 공천과정에서 탈락됐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공천을 받아 당선된 F구청 공무원들은 내심 구청장이 내놓을 당근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동안 구청장 수행 과정에서 신임을 받아온 6급 공무원은 핵심 부서 중용을 내심 바라고 있다.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 현역 군수 후보를 박빙으로 따돌린 경남 G군의 경우 공무원들이 두 후보의 경합만큼이나 치열한 줄서기를 벌여 온 터라 향후 인사태풍에 대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선거 전 줄서기로 지탄받았던 공직사회가 선거 후 당선자들의 논공행상과 보복인사로 다시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무원이 업무능력이 아닌 '줄'로 인정받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부산 B구의 한 7급 공무원은 "주민이 아닌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줄'을 서서 공천을 받은 당선자나 그들에게 '줄'을 대서 한 자리를 기대하는 공무원이나 모두가 똑같다"고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