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핫이슈 대선자금 전면수사

이번 대선 수사는 정치자금 수수 관행을 투명하게 하는 성과를 남겼지만 강압수사 논란과 함께 기업 총수 대부분에게 면죄부를 줌으로써 한계를 보였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 성과

지난 2002년 대선을 매개로 한 기업과 정치권 간의 추악한 돈거래뿐만 아니라 그 돈으로 어떻게 선거를 치렀는지가 대부분 드러났다. ‘관행’으로 치부됐던 정당 내 자금 흐름까지 일부 단죄함으로써 정치자금을 둘러싼 부패고리를 끊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불법자금이 지구당에 흘러들어간 내역까지 밝혀내 정치권이 지구당 운영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등 정치개혁의 발단을 마련했다는 평도 받고 있다.

▲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21일 문효남 수사기획관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대선자금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허영한기자 younghan@chosun.com

검찰의 칼날에 쓰러진 유력 정치인은 23명의 현역 의원을 포함, 모두 40여명에 이른다. 수사 대상이 된 정치인들은 대부분 출마를 포기하거나 경선에서 탈락하는 등 정치권 물갈이라는 의외의 소득도 얻었다.

검찰은 이번 수사 경험을 토대로 ‘불법 정치자금 중간 전달자에 대한 처벌 규정의 신설’ 등 현행 정치자금법의 정비를 법무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검찰은 일부 대기업들이 계열 건설회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식을 밝혀냄으로써 경영 투명화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이다.

◆ 한계와 비판

기업인들이 정치권의 ‘돈줄’ 역할을 했으면서도 손길승 전 SK회장과 조양호 한진 회장, 기소 중지된 김승연 한화 회장을 제외한 모든 재벌 총수가 사법 처리를 면했다. 검찰은 증거가 없고 정치권 요구에 따라 돈을 줬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총수 동의 없이 간부들이 총수 돈을 집행했을 리가 없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지난 2000~2002년 삼성이 산 것으로 추정되는 800억원대의 채권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등에 제공된 302억원 외 나머지 500억원대의 채권이 정치권에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또 채권 매수를 담당한 삼성측 직원 2명이 해외에 체류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사를 중지했다. 그런 비판을 감안한 듯 검찰은 향후 변칙 상속을 통한 지배권 유지, 분식회계 등 기업 본질적인 비리가 새롭게 생길 경우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823억원에 이르는 이회창 캠프의 불법자금에 비해 노무현 캠프의 불법자금은 119억원인 것으로 최종 집계된 점은 ‘편파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막판에 안희정씨가 삼성에서 3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밝혀 4대 기업 기준으로 ‘720대 0’의 구도를 깨기는 했지만, 거기서 더 이상 나아가지는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증거를 대기보다 ‘네 죄를 알렷다’식으로 자백을 강요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