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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뜨거운 감자’였던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해 불입건키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은 수사 외적인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총재는 대선이 끝난 직후인 작년 1월 옥인동 자택에서 김영일 의원으로부터 대선 잔금인 154억원의 삼성채권에 대해 보고받은 뒤 법률특보인 서정우 변호사에게 그 채권을 받아 보관토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자금의 은닉을 지시한 만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21일 문효남 수사기획관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대선자금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허영한기자 younghan@chosun.com

검찰은 그러나 김 의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도 이 전 총재를 소환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전 총재가 직접 취한 이익이 없고 ▲직접 받아 보관하지 않아 가벌성이 낮으며 ▲이미 138억원의 채권이 반환됐고 그 채권을 받은 서 변호사가 처벌받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입건 사유 중 하나인 채권반환의 경우, 반환 시점이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해 11월이어서 참작 사유로는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더구나 이 전 총재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수사진 내부에서도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져 결국 노 대통령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불입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검찰이 이미 지난해 12월 29일 측근비리 수사결과 발표 때 ‘문제’가 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노 대통령이 썬앤문에서 3000만원을 받은 자리에 있었다는 관련자 진술과 함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노 대통령이 소유했던 장수천 빚변제를 위해 지방선거 잔금을 횡령하는 데 노 대통령이 사실상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었다. 그러면서 검찰은 “나름의 결론을 갖고 있으나 대통령의 헌법상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 직무수행의 계속성 등에 비춰 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번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도 그 문제가 거론되자 검찰은 “측근비리 수사결과 발표 때와 동일하다”며 판단에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결국 검찰은 노 대통령과 이 전 총재를 한 ‘세트’로 묶어 처리함으로써 부담을 덜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