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초 고양시 일산동구의 고봉산 입구. 고양시청의 정동일 문화재전문위원의 설명에, 함께 발길 옮기던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지청장 정진영) 검사 및 직원 10여 명과 ‘고양시답사연합회’ 회원 20여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고봉산에 있는 조선시대 주요 묘 등 문화유적을 둘러봤다. 산으로 오르는 길, 한국 소나무가 왜송(倭松·일본소나무)에 밀려 수가 줄어드는 현장을 보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답사는 ‘고양환경연구회’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고양지청 검사 10명과 직원 40명, 환경전문가를 포함한 지역주민 30여 명 등 80여 명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서슬 퍼런’ 이미지의 검사들이 검찰청사를 나와, 주민들과 함께 환경의 현장으로 뛰어든 것.

▲ “지역의 발전과 안녕을 기원합니다.”지난 11월초‘고양환경연구회’의 고봉산 답사에서 열린 산신제에서 회장인 김홍우 고양지청 형사 1부장(가운데)이 돼지머리에 돈을 끼우며 지역의 안녕(安寧)을 빌고 있다. /최진희리포터

계기는 지난 2월 정진영 지청장이 부임하면서 마련됐다. 1999년 대검찰청 환경보건과장을 지낸 정 지청장은 환경문제를 통해 지역과 가까워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고양지청 관할 구역(고양·파주)에는 장항습지와 산남습지, 민간인통제선 지역 등 생태보전지역이 많았다. 이들은 끊임없는 신도시 개발로 훼손될지도 모르는 만큼, 관심이 필요해 보였다.

이에 따라 고양지청에선 지난 6월 고양환경연구회가 탄생했다. 자연환경보전법과 야생동·식물보호법, 환경정책기본법에 대한 세미나를 갖는 한편, 2개월에 한 번씩 현장탐사를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은 발족한 그 달 ‘환경보존과 개발문제’를 주제로 한 한동욱 PGA습지생태연구소장의 강의를 들었고, 8월엔 자유로 변에 위치한 한강하구 장항습지를 탐사했다. 이번 고봉산 답사는 연구회의 세 번째 활동으로 이뤄졌다.

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김홍우 고양지청 형사1부장은 “환경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검찰 스스로 주민과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 사랑의 마음도 키울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