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어지는 소양강댐 흙탕물 사태에 정부가 ‘마침내’ 팔을 걷어 부쳤다. 소양강댐 흙탕물은 매년 홍수철이면 발생하는 연례행사지만, 올해는 여름철 홍수 뒤에도 4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어 본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간 강원도 차원에서 이뤄졌던 흙탕물 대처에 마침내 정부가 나섬에 따라 개선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라는 희망론도 나오고 있다.

◆4개월째 청평까지 누런 물이

소양강댐 하류의 흙탕물 현상은 올해 특히 심해, 2006년을 한달 남긴 현재까지도 의암호는 물론 경기도 청평 팔당 부근 물까지 누런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7월 수해가 예년보다 커서 흙탕물 농도가 탁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선 수온이 떨어지면서 소양호 중층부에 형성돼 있던 흙탕물층이 호수 전체로 확산되는 ‘전도현상(Turn-over)’마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맑은 층에서 물을 얻는 ‘선택취수설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댐 하류인 북한강 일대에 1년 내내 흙탕물이 흐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정부가 마침내 소양강댐 흙탕물 대책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누런 흙탕물의 의암호 둔턱에 서 있는 소양강 처녀상과 쏘가리 조형물. /춘천시 제공

소양강댐과 인접한 춘천의 하천생태계 파괴와 상수원 오염에 대한 민원은 끊이질 않고 있다. 춘천시가 수질 개선을 위해 수돗물 정화장비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으나, 근본적인 ‘맑은 물’ 확보를 위해선 땜질식 예산 투입이 아니라 범정부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흙탕물은 ‘청정도시, 호반의 도시’라는 춘천의 이미지 자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량뿐 아니라 수질관리에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道 대책은 원주환경청장이 주도

올해초 정부는 한강수계 흙탕물 저감을 위해 2015년까지 2231억원의 예산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비와 수계관리기금 지방비 산정을 고려할 때 소양강댐 유역은 10여년간 매년 200억원 수준의 국비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어 나온 것이 국무조정실의 28일 ‘소양강댐 탁수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 소양강댐 흙탕물 사태와 관련 정부가 다음달말까지 중앙부처와 강원도 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대책기구를 구성키로 했으며,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댐 상류(광역상수도)는 건교부가, 지방상수도는 춘천시가 맡아 왔다. 이로 인해 수질 개선을 위해선 정책 및 지휘계통의 일관성이 없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도 없게 된다. 따라서 춘천은 물론, 홍천 양구 인제 등 상류지역 지자체와 정부 각 부처가 총 망라된 소양강댐흙탕물저감대책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됐었다. 따라서 회의에 농림부, 환경부, 건설교통부, 소방방재청, 산림청, 강원도 등의 관계기관들이 모두 참석한 것은 향후 지휘체계에 대한 개선을 기대하게 했다.

회의에서는 ▲밭 기반 정비 및 농업용 저수지 건설과 영농제도 개선(농림부) ▲고랭지밭 정비와 환경기초시설 설치(환경부) ▲소하천정비(소방방재청) ▲사방댐 건설(산림청) ▲방류설비 개량(건교부)을 각각 맡아 북한강 흙탕물 사태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강원도 역시 고랭지밭 정비와 영농방법 개선, 수해복구 등 소양강댐 상류지역에서 흙탕물 저감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흙탕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상류의 농경지와 산에서 유입되는 토사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원주지방환경청장을 의장으로 강원도, 춘천시, 인제군, 양구군, 홍천군 등 강원도 자치단체와 농림부 친환경농업정책과, 건교부 수자원개발팀, 산림청 치산과, 소방방재청 재해경감팀,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관리단이 참여하는 대책기구를 다음달 말까지 구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