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충성하라” 한 마디에 역풍 맞은 사장님

  • 글 jobsN 박아름

    입력 : 2021.02.25 10:15


    투명성·공정성 중시하는 MZ세대
    성과급 규모, 공정성에 의문 제기
    이통 3사, “MZ세대와 적극 소통” 시도

    “올해는 성과급을 많이 기대했는데 큰 폭으로 줄 것으로 보여 전혀 납득할 수 없다.”

    SK텔레콤 노조가 박정호 CEO에게 성과급 규모 재고와 공정한 지급 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노사 협의를 요청하면서 보낸 서한 중 일부다. 올해 초 재계의 가장 큰 화두는 ‘성과급’이었다. 가장 먼저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고 이어 SK텔레콤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이 낮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노사 합동 TF를 구성해 성과급 제도를 개선하기로 합의하면서 성과급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번 성과급 논란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었다. MZ세대는 1980년대생인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생인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한 20대부터 30대 후반 사이인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대학 입시, 취업 등 크고 작은 경쟁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회의 방식, 인사고과, 성과급 등 모든 것에 대해 납득할만한 이유를 묻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Z세대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90년대생이 온다'는 책이 나오기도 했다. /웨일북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MZ세대의 문제 제기는 막내들의 철없는 이야기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Z세대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세력으로 성장했다. 실제 대학내일 20대 연구소는 지난해 한국 내 경제활동 인구 중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44.6%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MZ세대가 향후 10년 내 세계 노동인구의 약 75%를 차지하고, 경제활동과 소비의 주축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MZ세대가 기업 내 중요한 하나의 세력으로 성장한 만큼 CEO들도 사내 MZ세대와 적극 소통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대표적이다.

    ◇소비자 MZ→의사결정도 MZ세대가

    SK텔레콤 박정호 CEO는 정기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어 임직원들과 사업 방향을 공유한다. 타운홀 미팅은 미국의 비공식적인 공개 주민 회의를 말한다. 시민이면 누구든지 참가해 의사를 밝힐 수 있는 회의 방식으로, SK텔레콤은 토론할 사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있다. 박 CEO도 타운홀 미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SK텔레콤 박정호 대표. /SK텔레콤
    지난해에는 타운홀 미팅에서 주니어 보드 발족을 제안했다. 주니어 보드는 상품 출시 전 2030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당시 박 CEO는 타운홀 미팅에서 “서비스 소비자는 MZ세대인데 왜 우리(서비스위원회)가 다 결정하고 있나”라고 말하며 주니어 보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SK텔레콤은 만 24~37세 신입사원 38명으로 구성된 주니어 보드를 발족했다. 이들은 최대 3년까지 활동할 수 있고, 기업 내 의사결정 과정까지 참여하고 있다.

    ◇MZ세대로 기업 문화 전담팀 꾸리기도

    KT도 MZ세대를 앞세워 평균연령이 만 29세인 ‘Y컬처팀’을 출범했다.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기업 문화에 접목하기 위한 기업 문화 전담팀이다. MZ세대가 미래 성장의 기반인 만큼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건전하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전사 공모를 통해 팀장 포함 5명을 선발했다. 

    KT의 Y컬처팀. /KT
    Y컬처팀은 경영진과 직원 간 소통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또 이들은 CEO를 포함한 그룹 내 최고경영진과 핫라인을 구축해 중간 다리 없이 직접 소통한다. KT가 2001년부터 20년 동안 진행해 온 청년 이사회 프로그램인 블루보드도 Y컬처팀이 운영한다. 블루보드는 평균 나이 만 31세인 42명이 활동하는 이사회로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과 사내 소통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신입사원이 임원 멘토링 하는 ‘리버스 멘토링’

    LG유플러스는 2019년 Z세대 신입사원들이 임원들의 멘토가 되는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1990년대생 사원이 기업 대표 및 임원을 대상으로 MZ세대와 소통하는 법 등을 가르치는 파격적인 멘토링이다. 신입사원 20명이 멘토로 참여했고, 하현회 전 부회장을 비롯해 전략, 서비스 개발, 기업, 네트워크 등 각 부문 임원 10명이 멘티로 참여했다. 

    LG유플러스가 공개한 '리버스 멘토링'. /LG유플러스 페이스북 캡처
    리버스 멘토링답게 멘토링 주제도 신입사원들이 직접 선정했다. 주로 MZ세대와 관련된 ‘MZ세대 언어와 소통 방법’, ‘MZ세대의 플랫폼’, ‘요즘 세대 직업관과 회사 제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등이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처음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한 이후 지난해에는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로 횟수를 늘렸다. LG유플러스는 당시 하현회 전 부회장의 멘토링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특별한 사내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무늬만 소통하려다 역풍 맞기도

    하지만 MZ세대와의 소통이 언제나 효과적인 것만은 아니다. 진정한 소통이 아닌 소통하는 척 시늉만 냈다가는 오히려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KT다. 구현모 사장은 지난해 6월 MZ세대 젊은 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통통미팅 간담회를 열었지만, 오히려 불통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역풍을 맞았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한 직원이 구현모 사장에게 경쟁사에 비해 월급이 너무 적다고 하소연하자 구 사장은 “나도 통신 3사 CEO 중에서 가장 적다”면서 “월급 비교는 취직 못 한 백수와 해라”는 말을 했다. 심지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 “40대를 바라보면 이직이 힘드니 회사에 충성하라”, “동기와 놀지 말고 그럴 시간에 선배들과 소통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KT 구현모 대표와 통통미팅 간담회 이후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KT,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간담회를 왜 한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 “소통이 아니라 불통하겠다는 걸 대놓고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간담회 취지와 다르게 꼰대 발언만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 내부에서도 구 사장에 대한 불만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편 블라인드 앱 이용자들의 자사 만족도 평점도 KT가 이통 3사 중 가장 낮았다. KT는 자사 만족도 총점 3점으로 SKT(3.4), LG유플러스(3.3)보다 낮았다. 사내 문화에 대한 만족도는 2.6, 경영진에 대한 만족도는 1.8을 기록해 각각 3점, 2점대인 경쟁사들에 밀렸다. 해당 조사에는 SK텔레콤 직원 561명, KT 직원 414명, LG유플러스 직원 331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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