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황혼이혼의 대부분은 부정행위, 반면 30대들은…”

작년 우리나라 이혼 건수는 11만800건. 22만여명의 부부가 남이 된 셈이다.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이혼을 하게 된 데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터다. 17년간 2만여건에 달하는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겪은 사연들로 인스타툰(인스타그램에 연재되는 웹툰)을 연재하는 변호사가 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혼 사례, 법적 절차 등을 만화로 소개한다. 그의 글에 박은선 웹툰 작가가 그림을 덧붙인다. 19만명에 달하는 팔로워들이 웹툰을 보면서 함께 울고 웃는다. 웹툰 ‘조 변호사의 이혼 이야기(@insup_cho)’를 연재하면서 17년째 이혼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조인섭(45) 변호사를 만났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조인섭입니다. 현재 인스타툰 ‘조 변호사의 이혼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해 2004년 사법연수원 33기로 수료한 조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가족법 전문 1호 변호사다. 이혼, 상속, 아동, 가족에 관한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이혼 관련 사건만 1년에 1000여건을 맡는다.

“연수원 시절 친한 선배 사무실에 놀러 갔어요. 아동 학대·가정 폭력 등과 같은 여성·아동 분야를 다루고 있더라고요. ‘나도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라는 생각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가족법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29살 때 처음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개념이 생소했어요. 20대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에 ‘결혼은 해봤냐’ ‘애는 있냐’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전문성을 키우려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가족법 석박사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17년간 의뢰인이 겪는 아픔을 함께해온 조 변호사는 작년 2월부터 인스타툰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 사건 다이어리(@insup_cho)’를 연재하고 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혼 이야기, 법적 절차 등을 다룬다. 지난 3월에는 웹툰과 에세이를 엮어 책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를 출간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어요. 어려운 법률을 만화로 그리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2009년 개업하면서 직접 만화를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전문업자에게 맡기려고 했습니다. 스토리를 보내주려고 콘티를 직접 그리다 보니 ‘그냥 내가 직접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직접 만화를 그리고 글을 썼습니다. 2012년 만화와 글을 담은 책 ‘조 변호사의 이혼 이야기'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연재 중인 인스타툰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 사건 다이어리’는 지인 소개로 만난 박은선 웹툰 작가와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업무량이 많아진 탓에 혼자 만화를 다 그리긴 힘들어졌어요. 현재 2~3일에 한 번 업로드를 합니다.”

“100% 다 실화입니다. 실제 사건보다 순화를 많이 합니다. 실제로는 더 심한 경우가 많아요. 차마 웹툰으로 그리지 못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또 사람들에게 법률적인 정보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친권이나 양육권 싸움으로 아이들이 상처받는 경우, 학대당한 사례 등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가 보호자 없이 방치된 경우 사전 처분부터 접수하고 무리해서 아이를 구출한 경우도 있습니다. 가끔 대응이 너무 늦어 아이가 크게 아프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오랜 시간 마음이 아프고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친권이나 양육권 싸움으로 아이를 뺏긴 경우 의뢰인도 힘들어합니다. 하루빨리 아이를 되찾아와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부부 문제로 아이들까지 상처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 살아온 생활 방식의 차이가 큽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30대 부부의 경우 생활 방식에서 오는 차이 때문에 싸우는 경우가 많아요. 연애와 결혼 생활은 다릅니다. 실제로 살면서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게 생깁니다. 육아나 가사분담 등의 문제로 다툼이 가장 많습니다. 집 안 청소나 빨래, 분리수거 등을 누가 할 건지 등 사소한 거로 다퉈요. 사소한 게 쌓여서 결국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아 문제에서 오는 갈등과 스트레스로 이혼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나 유아기에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아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시기죠. 

황혼이혼의 경우 ‘더는 못 참겠다’로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동안 쌓인 게 터지는 거죠. 또 요즘 부정행위로 이혼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남자와 여자 둘 다 많이 해요.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동거와 사실혼은 구별해야 합니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만 안 했을 뿐이지 혼인 관계로 보는 경우입니다. 양가에서 며느리, 사위로 인정한 경우 사실혼 관계로 봅니다. 서로의 가족 모임에 참여하고, 명절에 양가를 오갔다는 등 실질적으로 부부처럼 행동해왔다면 사실혼입니다. 사실혼의 경우 실제 혼인 관계로 보고 재산 분할이 이뤄집니다. 동거는 가족 왕래 없이 그냥 같이 산 경우로 재산 분할은 없습니다.”

“이혼이라는 큰 결심을 하고 온 분들입니다. 힘들고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분을 더 신경 쓰려고 합니다. 또 이혼 후의 생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재산 분할, 양육비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뢰인 스스로가 이혼 이후의 삶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합니다. 결혼 생활 동안 위기의 순간들이 계속 찾아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사소한 것에서부터 다툼이 시작됩니다. 차이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마냥 좋기만 한 부부는 없어요. 극심한 성격 차이 등 여러 갈등은 다른 부부도 다 겪기 마련입니다. 부부관계에 위기가 왔을 때 서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부부 클리닉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요. 노력을 해봤는데도 안 된 경우 그때 이혼을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혼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어려운 법률을 만화로 보니 이해하기 쉽다고 합니다. 또 웹툰을 보고 자기 일처럼 분노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합니다. 또 감동 받았다는 의뢰인도 있었어요.”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보통 일반 법무법인 소속 신입 변호사의 초봉은 세후 월 400만원 정도입니다. 개업 변호사의 경우에는 본인의 영업 능력에 따라 수입이 달라집니다. 작가로서는 책 인세 등으로 이익을 얻습니다.”

“이혼·상속 특화된 법인으로 더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가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의뢰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웹툰도 계속 그려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