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만 고집할 필요 있나요?" 베트남서 2년 만에 대리된 20대 청년

'성장하는 나라에서 일해야 한다'
9개월간 베트남어만 공부
오후 4시 30분 퇴근, 저녁 있는 삶

"꼭 한국 대기업만 찾을 필요 있나요?"

김동연(여·26)씨는 베트남 생활 4년 차 회사원이다. 2013년 2월 대학 졸업 후 봉제완구 제조회사인 드림메콩(DREAM MEKONG)에 입사했다. "삶의 영역을 넓히면서 제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었어요."  

'드림메콩'은 홍콩증시에 상장한 글로벌 봉제완구 기업 드림인터내셔널(Dream International Ltd.)의 베트남 자회사로, 호치민시 인근에 있다. 2000여명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재무·원가·관리회계 파트 대리를 맡고 있다. 

◇ 성장하는 나라에서 경험 쌓는게 중요하다 판단

아주대에서 경제학과 국제통상학을 전공했다. 대학 3학년이던 2011년 취업에 회의감이 들었다. "한국에선 어렵게 취업해도 그게 전부일 것 같았어요. 한 번 취업하면 다른 것에 도전하기 힘든 구조로 보였습니다."

밖으로 눈 돌렸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에요. 이제 한국의 90년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기업들이 빠르게 넘어 오고 있죠. 앞으로 뭘 하건 베트남에서 경험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2011년 말,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청년 사업가 양성 프로그램(글로벌 YBM)' 1기 모집 공고를 발견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대우 출신 임직원이 만든 법인으로, 중소기업과 청년의 해외진출을 돕는다. 프로그램에 뽑히면 언어를 배우고 해외 기업을 소개받을 수 있다. 대상자는 대학 4학년. 1년을 기다려 2013년 2월 2기로 들어갔다.

◇ 2년만에 대리 달아

9개월 간 베트남어만 공부했다. 하루 3~4시간 수업 듣고, 시간 남는대로 복습했다. 일상 회화가 어렵지 않은 수준이 됐다. 
 
2013년 11월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40여개 베트남 기업을 추천했다. 지원하면 면접이 보장된 기업 명단이다. 연봉이나 회사 규모는 개의치 않기로 했다. 경험 쌓는 걸로 충분하고 판단해 드림메콩에 지원해 합격했다.

이제 4년차. 기대 이상이다. "연봉이 한국 대기업, 시중은행에 취업한 친구 이상 됩니다." 2015년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이 2109달러(한화 250만원·한국 13분의 1 수준)인 걸 감안하면 꽤 높은 연봉이다.

승진이 빠른 것도 장점이다. 베트남어를 배웠던 9개월의 교육과정을 경력으로 인정받아, 3년 걸리는 대리 승진을 2년 만에 했다.

◇ 오후 4시 30분 퇴근, 저녁 있는 삶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4시 30분 퇴근한다. 잔업이 있어도 1~2시간 일하면 끝난다. 완벽한 '저녁 있는 삶'이다. "회사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해요. 퇴근하면 방에 돌아가 책 보거나 베트남 문화를 공부합니다." 주말에는 시내에 나가 영화를 보고 한국인 친구를 만난다.

한국은 1년에 한두번 간다. 가족을 자주 못보는 게 힘들다. 그래도 돌아갈 생각은 없다. "좋은 집 지으려면 꼼꼼한 설계도와 견고한 자재가 필요하잖아요. 그런 준비를 베트남에서 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승부 낼 겁니다. 자신 있어요."

해외 취업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대우 글로벌YBM 2기생 중 10명이 호치민 인근에서 일하는데요. 평균 초봉이 4000만~4500만원쯤 됩니다. 환상 품을 필요 없지만, 겁먹을 것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