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작통권' 환수 논란 - 한미안보협의회, 윤광웅 장관

윤 장관은 20일 열리는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이날 미 워싱턴에 도착한 직후 워싱턴 시내에 있는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참배했다.

애매한 상황은 윤 장관이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미국 동부지회 소속 회원 30여 명과 조우하면서 시작됐다.

▲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수석대표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윤광웅 국방장관이 20일 오전(한국시간) 내셔널몰 내 위치한 한국전 참전 기념비 앞에서 재미 재향군인회 회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윤 장관과 향군 미 동부지회 회원들간의 만남은 사실 조우라기 보다는 윤 장관의 기념비 참배를 미리 인지한 향군 회원들이 미리 대기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윤 장관이 기념비에 도착하자 30여명의 향군 회원들은 줄을 맞춰 도열한 뒤 윤 장관을 향해 “받들어 총”을 외치며 부동자세로 ‘예의’를 표시했다.

이들의 인사를 정중하게 받은 윤 장관은 한국군 참전기념비에서 간단한 참배를 마친 뒤 노병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악수가 끝남과 동시에 김홍기 향군 미 동부지회장이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고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전개됐다.

향군 회원들의 갑작스런 성명서 발표에 윤 장관이 북 핵실험에 대한 규탄과 전작권 환수반대를 주장하는 시위장에 함께 서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 회장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북한의 핵실험은 7천만 민족을 북한의 인질로 전락시켰다”며 “핵을 가진 북한과 대치함으로써 남북간 군사력 균형은 결정적으로 붕괴됐다”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그는 또 “전작권을 환수해 한미연합사까지 해체된다고 하니 200만 재미동포들은 풍전등화 같은 조국안보에 불안과 우려를 금하지 못한다”며 대북 포용정책 중단, 전작권 환수논의 무기한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윤 장관은 “연로하신 여러분의 걱정을 충분히 알겠지만 저나 정부나 우리 국민은 물론, 미 정부도 한반도 및 동북아의 어려운 정세를 감안해서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북핵 문제는 한반도에서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성원을 받아가면서 한미동맹간 최선을 다해 해결해야 한다”고 노병들의 우려에 찬 심경을 어루만졌다.

이 같은 윤 장관의 유연하고 차분한 대답에 향군 회원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고 윤 장관은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를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떴다.

환영인지 시위인지 헷갈리는 노병들의 이 같은 행동에 윤 장관의 기념비 참배를 준비한 국방부 관계자들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