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첫 국정연설을 위해 2일 오후 9시(현지시각) 미 의회 하원 본회의장 단상에 선 부시 대통령의 태도는 여유있고 느긋했다. 재선의 여유와 이라크 총선 성공 직후의 승리감이 두드러졌다.

약 55분 동안 진행된 이날 연설에서 민주·공화당 의원들의 반응은 뚜렷하게 갈렸다. 모두 66차례의 박수가 터져나왔고, 그중 44번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사회보장제도, 동성결혼 반대, 세금제도 개혁 등에 관해 언급할 때 공화당 의원들은 열렬하게 기립박수를 쳤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냉담하게 좌석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연설이 끝난 후 민주당이 보인 반응도 냉랭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래리 라이드 의원은 “미국인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것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사회보장 문제를 가지고 도박하는 것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연설의 클라이맥스는 이라크인 인권운동가 사피아 탈레브 알 수하일이라는 여성과 이라크 팔루자 전투에서 사망한 해병의 어머니 재닛 노우드가 일어나 서로 포옹하는 장면이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치하에서 아버지를 잃은 알 수하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울먹거리며 “감사하다”고 말했고, 노우드 역시 부시 대통령의 소개를 받고 남편과 함께 일어나 청중들의 박수에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귀빈석에는 아시아 지진해일 참사 구호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육·해·공군 장병, 교육계 인사 등 30여명이 백악관 특별 초청으로 참석해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국정연설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