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제43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은 이라크전 등 국내외 이슈를 놓고 보수ㆍ진보 진영이 극단적으로 양분된 만큼 여느 취임식 때와는 달리 착잡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열릴 예정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 반전주의자들이 길이 8m 짜리 거대한 쥐를등장시켜 ’반 닉슨’ 시위를 벌였듯이 이번에는 이라크전 미군 희생자를 상징하는 1천개의 관이 등장하는 ’반부시’ 행렬이 별도로 펼쳐지게 된다.

취임식 준비위원회는 언론들이 미국이 처한 상황을 이유로 호화 취임식을 경고하고 있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1기 때와 같은 4천만 달러(한화 420억원)를모금, 불꽃놀이, 취임식, 퍼레이드, 9곳의 무도회 등 성대한 행사를 개최한다.

위원회측이 정한 이번 취임식 주제는 ’자유 축복과 병역 공경.’ 이 주제에 맞춰 18일부터 시작되는 취임식전 첫 축하행사는 MCI 센터에서 ’군복무자에게 경례를’이란 타이틀로 열리며, 취임식 당일 내셔널 빌딩 박물관에서의 ’지휘관 무도회’에는 이라크및 아프가니스탄전에 참전했거나 참전할 군 지휘관과 가족들만 참석한다.

부시 대통령은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취임식 당일 오전 9시 성요한 교회에서의예배를 드린 후 낮 12시 의사당 서편 정문 앞에서 상ㆍ하원 의원, 대법관, 외교사절등 귀빈 1천여명과 각국 취재진, 시민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선서식을 갖는다.

부시 대통령은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앞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나는 미국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고 보호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고 취임선서를 한다.

딕 체니 부통령의 취임 선서식은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공화.일리노이)이주관한다.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워싱턴에 주재한 각국 외교사절이 정부를 대표해 참석하는 것이 관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승주 주미 대사가 정부 대표로 참관하며 국회의원으로는 개인채널 등을 통해 초청장을 받은 열린 우리당 신중식, 최성, 우윤근, 신계륜, 이종걸,이광재, 이인영, 김태년, 한나라당 정형근, 박진, 남경필, 나경원, 박형준,안명옥,정의화, 민주당 한화갑, 김효석 의원 등이 역사의 현장을 지켜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후 2시 30분께 부터 가장 큰 볼 거리인 퍼레이드가 의사당에서 백악관을잇는 컨스티튜션가(街)에서 펜실베이니아가 까지 2.7km 구간에서 2시간 가량 열린다.

퍼레이드에는 군과 각급 학교 행진 밴드 등 1만1천명이 참가하며 각종 장식 차량, 기구(氣球), 말 등이 선보인다.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가로에는 5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며,특별히 마련된간이 관람석은 15달러, 60달러, 1백25달러씩의 요금을 받는다.

1985년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의 2기 취임식 당시 영하 20도 혹한에도 퍼레이드가 열렸던 것으로 볼 때 이번에도 날씨는 별 문제가 안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춤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날 오후 7시부터 다음날새벽 1시까지는 워싱턴 컨벤션센터내 5곳과 유니언 스테이션 등 9곳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모두 참석, 잠깐씩 얼굴을 내밀고 로라 여사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선보인다.

10만~25만 달러씩 기부한 사람들은 부시 대통령이나 체니 부통령과 점심이나 저녁을 함께 하는 것외에 무도회에 자동적으로 초청된다. 다른 이들의 경우 수천달러를 내야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최초로 취임식 무도회가 열렸던 1809년 제임스 메디슨 제4대 대통령 당시 티켓은 400명 입장객에게 한사람 당 4 달러였다고 한다.

통상 무도회장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 발을 밟히기 일쑤이며, 이번에도 포도주한잔을 맛보려면 줄을 서서 한참 기다린 뒤 8달러를 내야 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축하객이 너무 많아 14곳에 무도장을 마련했으며, 1873년 제18대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의 2기 취임식때는 식탁의 음식이 얼어붙는 혹한의 날씨속에 여성들이 코트 차림에 털장갑을 낀채 춤을 추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무도회가 끝나면 백악관으로 돌아와 초대한 일부 귀빈들과 함께밤을 지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