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로스해(Ross Sea)’ 바다 속에서 황제펭귄 한마리가 날아올랐다. 잔뜩 먹이를 먹은 듯 힘이 넘치는 모습이다. 곧이어 다른 펭귄들이 떼를 지어 물을 박찼다. 날렵한 검은 윤곽들이 폭격 미사일 쏟아지듯 차례로 뭍으로 올랐다.
그러나 해외 강국들은 로스해 지역 연구 영향을 확대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 로스해 연구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중국은 남극장보고과학기지가 위치한 테라노바만인근의 인익스프레서블 섬에 남극기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남극기지가 테라노바만으로 들어오면 향후 남극장보고과학기지에서 케이프할렛에 이르는 북부 해역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해 연안 해역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어업 행위 등이 금지되지만 바다 속 자원 개발과 연구 주도권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로스해에 널리 펼쳐져 있는 대륙붕은 다양하고도 풍부한 남극해 생물들을 길러내는 천연 창고 역할을 맡는다. 식물 플랑크톤에서 크릴, 남극은암치, 남극이빨고기(메로), 펭귄, 물범, 범고래 등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은 남극 생태계 건강성의 지표다. 때문에 이 지역의 연구는 범국가적 환경보전의 의미도 갖는다.
김정훈 박사는 “사람이 거주하기 어려운 북빅토리아랜드의 중앙에 위치한 케이프 할렛은 로스해 연구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면서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거점으로 국제 무역의 주도권을 확립했듯 우리도 케이프 할렛을 거점으로 로스해 북부의 연구주도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