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드르륵~”
남위 74도 37분, 동경 164도 12분 지점에 위치한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앞 테라노바만(灣)에서 전동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드릴이 얼음을 뚫고 끝없이 들어가자 얼음을
파쇄하는 속도와 깊이가 계측기로 전송됐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 연구원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지난 12월 남극장보고과학기지 하계 연구 현장에서 만난 이홍철·유병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달 탐사장비 개발과 월면토 구현을 위한 연구에 한창이었다. 남극이 우주로 직접 가지 않고 달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까닭이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세계 강국들은 지구상 가장 혹한의 지역인 남극에서 우주와 지구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단서를 찾고 있다. 남극 이빨고기, 크릴, 플랑크톤 등 해양 생물자원을 이용할뿐 아니라 지금까지 세상에 출현하지 않았던 신 에너지 자원 발굴까지 과학 연구 경쟁이 치열하다.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은 남극 내륙 연구에 힘을 쏟았다. 내륙기지를 건설해 대륙 밑 빙하 속에 고이 잠들어 있는 지구의 기원과 자원 탐색에 열을 올린 것이다.
극지 연구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도 이제 내륙기지 건설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극지연구소 K-루트 사업단이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남극점까지 주행거리 3000km에 이르는 육상로를 개척하는 중이다.
김예동 극지연 극지지구시스템연구부(전 극지연구소장) 박사는 “빙저호 탐사나 달 탐사장비 개발 등은 세계에서도 이제 막 시작한 연구 분야”라며 “각국과 경쟁이 벌어지는 이곳이야말로 새로운 냉전의 현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