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해양생태를 조사 중인 김정훈 극지연구소 MPA(Marine Protected Area) 팀 박사는 “예상치 못한 강설로 인해 부화가 어려운 환경이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며 “눈이 녹아 둥지가 물에 잠기면 알의 부화온도를 맞출 수 없어 번식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남극 로스해 연안에 위치한 케이프할렛은 5만여 쌍의 아델리펭귄이 매년 번식을 위해 찾는 장소다. 우리나라 남극장보고기지로부터 약 400km 떨어진 거리에 있으며 바다와 땅이 맞닿아 해양 생태계 연구를 하기 최적화돼 있다.
특히 최근 번식기에는 케이프할렛 인근에 ‘활강풍(카타베틱윈드)’이 불어닥치면서 알을 품고 있는 둥지에 눈이 덮쳤다. MPA팀의 1차 조사에서 기록된 최고 풍속은 초당 21m 이상. 아델리펭귄은 눈 바람 속에서도 알을 품고 있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온도는 알이 부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작은 돌로 형성된 아델리펭귄 둥지는 땅의 습기를 피하고 눈이 녹아 생긴 물이 빠져나가는 배수 기능까지 갖지만, 낮은 지대 탓에 물이 빠지지 못하면 번식 성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김정훈 박사는 “아델리펭귄들이 둥지를 지을 당시에는 눈이 없는 자리를 선택했겠지만 알을 낳은 이후 활강풍에 날려온 눈 때문에 둥지와 알이 눈 속에 잠기게 됐다”라며 “번식지에서의 기상이변도 아델리 펭귄 생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