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27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철회했다. 전 후보자가 이날 오후 대통령에게 “더 이상의 憲裁헌재 소장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지명철회를 요청했고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난 8월 22일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낸 지 97일 만이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이 정권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전효숙 헌재소장’이 임기 6년을 보장받아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도록 ‘전효숙 헌법재판관’을 임기 도중에 사퇴시키는 違憲的위헌적 便法편법을 쓴 데서 비롯됐다. 청와대는 수석비서관의 전화 한 통으로 전 재판관의 사표를 받아냄으로써 헌재의 독립성과 권위에 흙칠을 했다. 대통령이 일찌감치 이 같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후보 지명을 철회하거나 적법하게 임명절차를 다시 밟았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러기는커녕 지난 9월 TV에 나와 오히려 “(헌재소장으로) 中道중도 또는 中道進步중도진보 성향 사람을 골라 (그 소장이 6년) 임기를 다 채우도록 하라고 헌법과 국민이 나에게 (임명) 권한을 줬다”고 우겼다. 그러면서 당초 국회에 냈던 한 사람의 인사案안 제목을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에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 요청 및 헌재소장 임명 동의요청’으로, 다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요청서’로 몇 번씩이나 바꿔 내는 편법까지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은 26일에는 ‘與여·野야·政정 정치협상회의’ 제안을 내놓았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제안 배경 설명에서 “(헌재소장 문제를 포함해서) 모든 문제가 (이 회의에서) 다뤄지고 풀리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이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를 접는 대신 사법·국방개혁법안에 대한 (야당의) 양보를 받겠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소장 자리를 市場시장 상인들이 사고팔 때 끼워 파는 물건처럼 대해도 되는 양 한 것이다. 헌재에 대한 이보다 더한 모욕이 있을 수 없다.

대통령이 헌재를 헌법적 권위를 갖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으로 생각했다면 이번 파동은 애당초 벌어지지도 않았다. 대한민국 憲政體系헌정체계의 기둥 하나가 대통령의 派黨的파당적이고 恣意的자의적인 임명권 행사로 인해 不具불구가 돼버렸다. 결국 전씨 역시 대통령의 政略的정략적 人事인사 때문에 인격과 명예에 큰 상처를 입고 헌법재판관 자리까지 잃게 된 피해자다. 대통령의 反憲法的반헌법적이고 反人倫的반인륜적인 인사권 濫用남용으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최고헌법수호기관인 헌법재판소, 그리고 한 개인이 입은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