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핫이슈 대선자금 전면수사

재계는 8일 검찰이 기업인의 처벌 최소화와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밝히자, 대부분 “수사 태풍이 큰 피해 없이 사실상 지나갔다”며 안도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삼성·현대차·동부·부영 등 4개 기업은 “왜 하필 우리냐”는 반응을 보이며,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측은 이날 “기업들이 치열한 국제경쟁을 벌이는 현실을 감안해 수사가 빨리 끝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 채권이 노무현 캠프쪽으로 들어간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삼성 내부에서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사건의 진원지격인 그룹 구조조정본부는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은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가운데 임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검찰이 “노무현 후보 쪽에도 돈을 줬다는 심증이 가는” 기업으로 지목한 현대차도 당혹스러워하며 검찰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부그룹은 검찰이 불법자금 내역이나 수령자를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계속수사대상’에 포함시킨데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동부측 한 관계자는 “검찰이 대선자금 뿐아니라 기업 비리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시했다. 부영의 한부현 상무는 “검찰의 수사 추이를 지켜보는 입장이며, 지금으로선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검찰이 4대 그룹 중 LG와 SK를 수사종결 대상으로 분류, ‘면죄부’를 준데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LG는 노 캠프쪽에 한푼도 주지 않았으며, SK도 이상수 의원에게 제공한 10억원 이외에는 노 캠프에 돈을 주지 않다는 게 검찰의 발표다. 재계 일각에선 이에 대해 “수사 종결과 계속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중간수사 발표로 롯데와 한화 등 총수가 외국에 나가있는 기업들은 특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동안 강신호 회장이 3차례 검찰청을 방문하는등 기업인 선처를 호소했던게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다”면서 “계속 수사 대상기업이 있지만, 수사의 큰 고비는 넘겼고 미진한 부분에 대한 정리 차원의 수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기업들은 내부 업무를 속속 정상화하고 있다. 검찰수사로 발이 묶였던 총수나 핵심 경영인들도 그동안 미루었던 해외출장 등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