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권들의 불법 도청과 관련한 정치권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권을 유린한 자신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하면서 검찰과 상대 정파에 대해 상식 밖의 비난을 퍼붓고 있다.
◆청와대·열린우리당=여권은 검찰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매일 아침 통신첩보를 받아 보면서 사실상 도청을 독려했던 두 전직 국정원장이 구속되자 오히려 이들을 옹호하면서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하고 있다. 여권의 이런 행태엔 호남 민심을 겨냥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때의 불법도청이 더 광범위하고 수법도 잔인했다. 검찰은 그 당시 문제의 역사적·사법적 정의를 세우는 데 앞장서라"고 말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박정희·김영삼 정부 때의 도청은 원조범죄이고 김대중 정부 때는 관습범죄"라고 했다.
그러나 2002년 3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이전의 불법도청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는 5년으로, YS 정부 때의 도청은 처벌이 불가능 하다. 여당은 법을 벗어난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검찰은 YS 정부의 불법 도청에 대해서도 진상은 규명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도 있다.
전병헌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임 전 원장 등은 상당한 사회적 공헌을 한 인물들로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 도청에 직접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15일 영장을 발부하면서 "두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도청에 관여,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었다.
이날 여당 의원총회에서 최재천 의원은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가 동기(同期) 정치를 한다"며 "그러면 검찰총장이 왜 필요하냐"고 했다. 정 내정자는 국회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임종석 의원은 "검찰이 싸구려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석에선 "옳소" "잘했어"라며 박수가 나왔다.
검찰의 수사권 독립을 외쳐 왔던 청와대도 15일 두 전직 국정원장의 사전영장 청구에 대해 "지나치다"는 수사 개입성 발언을 했다.
◆한나라당=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DJ 정부 때는 조직적 도청이 없었다는 식으로 발언을 했다.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도청의 독(毒) 사과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YS 정부 때 도청은 더 광범위하게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의 태도는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측은 "구속영장을 취소하라" "무도한 일" "대한민국을 지켜낸 사람이 구속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두 전직 국정원장의 도청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반성이나 사과는 없다. 민주당도 수사 결과 드러난 명백한 도청에 대해선 눈을 감고, 현 정권이 정치적 곤경을 벗어나려고 김 전 대통령을 흠집내려 한다는 정치공세만 계속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김영삼 전 대통령측은 "YS가 DJ 대통령 시절에 독재자라고 했는데, 아마 그런 게 집중적으로 감청당했을 것"이라며 "우리 때 공운영(전 미림팀장)이 한 것은 아날로그 형식의 비리였다면, DJ 때의 도청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반성하는 기미는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