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오빠가 며칠 전에 결혼을 했거든. 우리 사랑을 이웃에게도 나눠주고 싶어서 쌀을 조금 갖고 왔어. 맛있게 먹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지난 6일 오후 새색시 금윤화(22·한양대 정치외교학 4년)씨와 새신랑 신진수(29·청년연대21 대표)씨가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한 연립주택을 찾았다.
송모(7)양이 쌀포대를 보자 "이제 밥 배불리 먹겠다"며 웃었다. 빚으로 고생하는 어머니 김모(37)씨는 "급식으로 먹는 점심을 제외하고는 아침·저녁을 제대로 못 먹이기 일쑤였는데 이제 조금 나아질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3일 결혼한 이들 부부는 신혼여행 대신 '신혼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결혼식 날 축의금과 별도로 '결식아동 돕기 성금'을 모금해 72명의 하객으로부터 220여만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6일 결식아동 가정 세 곳을 방문해 쌀 두 포대씩을 줬다. 14포대는 "결식아동 지원에 써 달라"며 굿네이버스측에 전달했다. 남은 돈 160여만원도 결식아동들에게 쌀을 직접 전달하는 데 쓸 예정이다. 신씨는 "일생에서 사랑이 가장 충만한 시기에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싶었습니다. 부부끼리의 여행은 언제든 갈 수 있잖아요"라고 했다. 청혼은 지난달 19일 '결식아동돕기 M.Net YEPP 1004 콘서트'에서 이뤄졌다. 신씨는 결혼식이 임박하자 "축의금을 안 내셔도 좋으니 대신 결식아동 돕기 성금을 해주세요"라며 일일이 친척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모금운동을 도왔던 대학 후배 신재웅(22)씨는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할머니부터 신랑·신부의 대학 후배들까지 많은 사람이 모금에 참여했다"며 "어르신들이 '좋은 일 한다' '우리 진수가 다 컸구나'라고 말씀하시며 좋아하셨다"고 했다. 신랑·신부가 입장할 때는 '7초에 한 명씩 결식아동이 죽고 있습니다' '우리 사랑 이웃에게도…'라고 적힌 현수막이 천장에서 내려오게끔 했다. 현수막 설치는 한양대 후배들이 도와줬다.
"달링, 우리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자원봉사하는 거다. 약속!" 신씨의 말에, 금씨는 "하니, 좋은 생각이야!"라고 했다.
입력 2005.10.10.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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