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6대 대선 전 김대중(金大中·DJ) 당시 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金鍾泌·JP) 자민련 총재 간의 'DJP연합' 과정도 안기부 비밀조직인 미림팀의 도청망에 의해 파악됐던 것으로 2일 밝혀졌다.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안기부 비밀도청조직의 한 '미림' 요원은 "DJP공조 움직임에 대한 대책을 세우도록 미리 알려줬는데, 결국 막지를 못하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림팀장 공운영(58)씨는 지난 26일 자술서에서 "97년 대선 당시 DJ가 당선되면 엄청난 불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은밀히 선을 대 (이회창 후보측을) 지원한 바 있음을 솔직히 시인한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상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의 DJP합의문 발표(97년 10월 31일) 훨씬 전에 미림팀에 의해 도청된 DJP 공조 과정이 그대로 신한국당 쪽에 전해졌을 것으로 추론된다.
이 미림요원은 또 "당시 DJP공조 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겪을 당시 막후에서 DJ의 결심을 이끌어 낸 데는 모씨가 있었다"며 한 원로 언론인을 거명했다.
그는 또 "이 원로 언론인이 직접 DJ에게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집권하려면 무조건 JP를 끌어들여야 한다. 공조안부터 받아들이고 보라'는 취지로 조언, DJ의 결심을 굳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DJP공조의 내막을 잘 아는 DJ의 한 측근 정치인은 "당시 그 원로 언론인과 DJ 간 직통라인이 있었고, 실제 그렇게 조언했다"고 공씨의 말을 뒷받침했다.
증언을 한 미림 요원은 "DJ가 대통령에 오른 뒤 이 원로 언론인은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공로로 '특정' 자리에 대한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고 전했다. 결국 이 원로 언론인은 상당히 비중 있는 자리를 맡았다.
검찰이 공씨 집에서 압수한 도청테이프들 중에는 대선자금 관련 내용이나 유력인사 치부 외에도 대통령 선거의 막전 막후 과정에서 정치권력의 물밑 움직임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들이 상당량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력 2005.08.02. 18:42업데이트 2005.08.0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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