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르, 동수가 웃었다. 이날만큼은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걸 아는지, 몰려든 사람들 얼굴을 신기한 듯 번갈아 올려다본다. 뽀얗게 살이 오른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아기는 두 팔을 활짝 벌린 채로 한 발짝씩 걸어왔다. 번쩍 들어올려 안아 주자 또 한 번 까르르 웃는다. 24일 아동보육시설인 평택 '야곱의 집'에서 전동수(가명)군의 첫돌 잔치가 열렸다.
야곱의 집 고은주 원장은 "우리 동수한테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인 동시에 제일 슬픈 날"이라고 했다.
미혼모가 모텔서 던져 간판덕분에 겨우 살아
1년 전, 동수는 경기도 안산의 한 모텔방에서 세상 빛을 봤다. 미혼모였던 엄마는 갓 태어난 아기를 창문 밖으로 내던졌다. 아기는 건물 외벽에 걸려있던 간판에 부딪힌 후 2층 베란다 안으로 떨어졌다. 간판 덕분에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다행히 후유증도 전혀 없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또래 아기들보다 발육도 빠르고 사람 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매일 안아달라고 보채요." 동수 '엄마'가 된 야곱의 집 이현경(24) 선생님은 "낯을 가리지 않는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했다.
'야곱의 집'은 3살 미만의 영아들을 위한 보육시설이다. 현재 동수 같은 아기들 50여명이 14명의 '엄마'들과 함께 자라고 있다. 대부분 결손가정의 아기들이나 기형아들이고 동수처럼 극단적으로 버려진 아이들도 있다. 같은 방에 있는 대형이(가명)는 산부인과에서 버려졌다. 엄마가 아이를 낳은 지 이틀 만에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이곳에서 '엄마'라는 말도 배우고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동수는 세 살이 되면 이곳을 떠나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한다. 고 원장은 "친엄마가 친권 포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가정에 입양을 보낼 수 없고, 평생 시설을 전전하며 새로운 '엄마'들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친엄마는 구치소에 수감된 후 소식이 끊겨 아기의 이름조차 모른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거나 버릴 경우 친권을 박탈해 잘 키울 수 있는 가정으로 입양시키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버려지는 아기 年1만명 가정입양 까다로워 문제
이날 야곱의 집 식구들은 동수를 위해 조촐한 돌잔치를 열었다. 케이크도 준비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도 상 위에 올렸다. 고깔모자를 쓴 동수도 '엄마' 품에서 신이 났다.
"넌 축복받은 아이란다." 이현경씨가 아이에게 말을 건네며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금 1돈짜리 돌반지를 손가락에 끼워줬다. 아이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번졌다.
"아이의 첫 돌은 한 가족의 가장 경사로운 날이잖아요. 예쁜 옷도 입고, 잔치를 벌여주고. 사소해 보이지만 태어난 날을 모두가 축복해 준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소중한 일이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평균 1만명 가량의 아이가 버려지는 것으로 아동복지기관들은 추산한다. 우리이웃네트워크 참여단체인 동방사회복지회에서는 돌을 맞은 아기와 자원봉사자를 연계해 돌반지를 선물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동수 같은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아기에게 '특별한 돌'을 선물하고 싶은 분은 동방사회복지회로 연락주세요.(02-332-39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