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현(14·가명·서울 영등포)군은 이제 '행복'이란 단어가 낯설다. 2년 전 카드빚을 진 엄마의 가출, 곧이어 연락이 두절된 아빠, 충격으로 협심증이 악화된 할아버지의 수술, 6개월 전 파킨슨병으로 쓰러진 할머니까지…. 불행은 차곡차곡 포개졌다.
"엄마를 유독 따르던 큰아들이었는데,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활발하고 잘 웃던 애가 말을 잃었어요." 보조기구의 도움 없이 움직일 수 없는 할머니(66)는 "이 늙은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부모가 떠난 방 2칸짜리 반지하 방. 그곳에서 아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동현이 형제를 키우며 살고 있다. 수술 후 채 완쾌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할아버지(66)가 누워 있는 할머니 대신 밥도 하고 빨래도 한다. 정부 보조금 52만원에서 방세 30만원을 주고 쌀 한 포대를 사고 나면 쓸 돈이 없어 늘 허덕인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시련을 겪은 동현이는 벌써 어른이 돼버렸다. "피자와 햄버거를 좋아하지만, 돈 없는 할아버지한테 사달라는 말은 안 해요." 책상 하나 없는 좁은 방에서 작은 상을 펴고 공부하는 동현이는 반에서 10등 밖으로 밀려나본 적이 없을 정도로 공부에 열심이다. 허리가 아프면 벽에 기대거나 엎드려 책을 읽는다.
"참고서가 없어서 교과서만 갖고 공부해요.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부럽지 않은데, 참고서랑 문제집을 실컷 볼 수 있는 친구들은 정말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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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12.30. 18:34업데이트 2004.12.3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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