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천동에 사는 김영미(14·가명)양의 '꿈'은 집에서 따뜻한 물로 마음껏 씻어 보는 것이다. 연탄으로 불을 때는 세 평 남짓 단칸방에서 병든 아버지(53), 오빠(16)와 함께 사는 영미.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 40만원으로 살려면 보일러 설치는 꿈도 못꾼다"고 했다.
영미는 한겨울에도 매일 찬물로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 세수를 한다. 머리를 감을 때는 냄비에 물을 받아 연탄불에 얹은 뒤, 냉기만 가신 상태에서 사용한다. 월세 12만원과 전기·수도·전화요금, 교통비 등을 제하고 나면 가족들이 세 끼 밥 챙겨 먹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아버지는 6년째 거동이 불편하다. 젊은 시절 건설현장에서 목수 일을 했지만 지난 98년 풍을 앓은 이후로 오른쪽 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살림을 맡아 하는 영미를 곁에서 돕는 것이 전부다. 아버지는 "착하고 똑똑한 영미에게 내가 해줄 게 아무것도 없어 너무 미안할 뿐"이라고 울먹였다. 영미는 "아빠 울지 마세요"라며 "그래도 가족이 다 모여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영미 아버지는 10여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생계마저 어려워지자, 당시 3살·5살이던 남매를 2년간 보육원에 맡긴 적이 있다.
"어렸을 때는 아빠 원망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다 이해해요. 공부 열심히 해서 간호사가 될 거예요. 그럼 아빠를 더 잘 돌봐드릴 수 있잖아요."
■도우려면…
기아대책(www.kfhi.or.kr, 02-544-9544·내선 450)으로 연락하면 됩니다. 일정 금액 이상의 후원금은 영미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돕는 데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