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 아이들과 히딩크의 만남이 있기 이틀 전은 마침 히딩크 감독의 생일이었다.꽃다발과 생일 카드를 준비해 달려온 학생들을 그는 반갑게 맞아주었다. 신동흔기자

"우와, 박지성 이영표다! 저기는 히딩크 감독! 실물로 보니 더 멋있다…."

한국에서 온 아이들 8명의 눈길은 '2002 월드컵'의 영웅들을 쫓아 분주히 움직였다.

우리이웃네트워크 참여 기업인 KLM네덜란드항공이 창사 85주년을 맞아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에게 4박5일간 해외여행 기회를 제공〈본지 9일자 A14면〉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실제 이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네덜란드 프로축구팀 'PSV 아인트호벤'의 연습장에서 만난 세 사람은 학생들을 반갑게 맞아줬다. 히딩크 감독은 먼저 카메라 앞에서 "자, 김치~"라고 한국어로 포즈를 취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기분이 들뜬 박성경(전일중 2)양이 과감하게 박 선수의 팔짱을 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고교 축구선수인 최준성(김해농고 1)군은 "나도 형들처럼 훌륭한 프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 6개나 되고(방미정·울산여상 2),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유지인·전주농고 3)하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해온 우리이웃의 아이들. 아이들은 네덜란드에서 저마다의 꿈을 만났다. 건축디자이너를 꿈꾸는 미정이는 예쁜 네덜란드 집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고, 헤어디자이너가 꿈인 지인이는 미용실만 나오면 달려가 안을 들여다 보았다. 항공기 조종사가 꿈인 오영환(제주중 2)군은 스키폴공항 곳곳을 다니며 자신의 미래를 상상했다.

처음 도착할 땐 다소 서먹해하던 아이들은 떠날 즈음엔 "생큐"와 "아임소리" "플리스"가 술술 나왔다. 외국 관광객들과 함께 거리낌없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온 직후 이현석(무안고 1)군은 KLM네덜란드항공에 이메일을 보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세상이 달라 보이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인트호벤(네덜란드)=신동흔기자 dhsh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