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향(11·경남 고성 구만초등학교 5년)양은 희귀병인 '루푸스'를 앓고 있다. 면역 체계의 문제로 자기가 자기 몸을 스스로 공격하는 병이다. 완치가 힘든 데다 갖가지 합병증에 걸리기 쉬워 '천의 얼굴을 가진 병'이라고 불린다. 주향이도 합병증이 겹쳐 하루 7번씩 약을 먹으며 통증과 싸우고 있다.
"처음 증상이 생겼을 때는 피부에 포도송이 같은 물집이 생겼어요. 병원에 데려갔더니 아토피라면서 연고만 내주더군요."
경남 고성에서 작은 중국집을 운영하는 아빠 손판식(45)씨는 "병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합병증까지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다발성경화증을 5년째 앓고 있는 안은님(17)양은 병원에서 3개월째 거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신체 곳곳에 염증이 발생하는 이 병 때문에 은님이는 1m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시력이 약화됐다. 한 달 노동으로 80만~120만원을 버는 아빠 안창규(44)씨에겐 월 30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병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했지만, 은님이는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할 정도로 의지가 강한 아이입니다. 꼭 병이 나을 거예요." 아빠는 뒤돌아 눈물을 훔쳤다.
우리이웃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주향이·은님이 등 20명의 희귀·난치병 환자들에게 치료비와 진단비 등으로 2억원을 지원한다. 한국희귀·난치병질환연합회 강민정 사회복지사는 "난치병 환자를 도와준다는 기사가 보도〈본지 9월 22일 A12면〉된 후 500여통의 신청전화가 쏟아졌다"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우선해 뽑았다"고 밝혔다.
비록 지원대상엔 뽑히지 못했지만, 희귀·난치병 환자들과 가족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했다. 부산에 사는 김임자(45)씨는 "MPS(뮤코다당증)를 앓고 있는 딸의 치료비를 신청했는데 떨어졌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형편이 더 어려운 사람이 받는 게 당연하죠"라고 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앞서 23일엔 희귀·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600여명을 초대, 행사도 벌였다. 포만감을 못 느껴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는 우정령(12)군이 무대 위로 걸어나왔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노래가 시작되자 극장 안은 울음바다가 됐다.
입력 2004.10.29. 18:00업데이트 2004.10.2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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