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전용의원’은 어느날 갑자기 몇몇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병원이 설립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크고 작은 정성과 도움이 한뜻으로 모였다.
서울 반포의 한신교회는 병원 건물 임차에 들어가는 비용 3억원을 지원했다. 이중표 한신교회 담임목사는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지만 외국인 노동자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며 “치료조차 한 번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라건설은 1억4800만원을 지원해 ‘외국인 노동자의 집’이 입주해 있는 6층 건물의 2층과 3층을 180평 규모의 어엿한 병원으로 탈바꿈시켰다.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G&B System은 건물 골조만 빼고 천장부터 바닥까지 흰 색으로 새 단장을 했고, 진료실 별로 따로 방을 넣어 환자들이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홍두 한라건설 사장은 “지난 4월 조선일보의 ‘우리이웃’ 기사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땅에서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숨져간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한 후 지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라건설은 개원식을 맞아 쌀 50가마와 생활용품 250세트를 전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우리 이웃’ 보도를 본 207명의 독자들이 보내 온 성금은 22일 현재 6500여만원이 모였다. 병원 설립 소식을 들은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 동포들도 1만원, 2만원씩 성금을 보내오고 있다.
한신교회 신도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의료진은 지난 2년여 동안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 한달에 한번씩 무료봉사를 하며 호흡을 맞춰왔다. 이완주 원장도 한신교회 자원봉사 의료진 출신. 이 원장은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을 그만두고 원장직을 맡기로 했다. 이 원장의 어머니인 이순희씨는 사재 3억원을 쾌척해 병원 설립에 큰 도움을 줬다.
열린치과의사회는 치과 진료용 의자 2대(5400만원상당)를 기증하는 한편, 회원인 전문의들이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맡기로 했다.
병원개원컨설팅을 하는 오픈닥터스 최영철 대표는 병원 개원을 위해 필요한 각종 인허가와 의료기자재 목록을 점검하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미국기독교사회복지회 박종옥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 전용의원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의료기자재와 소모품을 지원했다.
이공우 현대종합기계 대표는 병원의 주방시설 일체를 제작 설치해줬고, 이경중씨는 병원 현판과 진료실·병실 입구 표지 등 크고 작은 간판을 제작하고, 병실마다 원목시계 20여개를 설치했다. 롯데월드에서 음식점 ‘양푼비빔밥’을 운영하면서 3년 전부터 한 달 두 차례씩 외국인 환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온 임영길 사장은 롯데호텔 자원봉사자 20여명과 함께 개원식 참석자 400여명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했다.
김해성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 전용의원은 수많은 사람들의 크고 작은 도움과 정성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물결을 이뤄낸 축복”이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