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를 하루 앞둔 24일 오전 10시. 우리이웃네트워크 참여기업인 한국전력 인천지사 사회봉사단 직원 27명이 파란 작업용 조끼를 입고 한자리에 모였다. 보훈 유가족과 6·25 참전용사 중 생계가 곤란한 가구를 방문해 전기설비를 교체하고 생필품을 지원하고자 나선 자리다.
이들이 먼저 도착한 곳은 인천 중구 북성동 김용조(71)씨 집. 어른 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간 김씨의 집은 햇볕이 거의 들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이 집 안에 들어서자 김씨는 2002년 10월에 받았다는 무공훈장을 꺼내 보여줬다.
“전쟁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와 보니 우리 집 살림은 말도 아니었어요. 가난을 이기지 못한 아내와 헤어지고 딸아이도 3살 때 헤어졌습니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비가 되기 위해 수십년간 ‘참전용사’인 걸 밝히려고 해당 부처와 싸웠습니다.”
김씨는 결국 2002년 6·25 참전용사인 것이 확인돼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무공훈장을 받으면서 약속받았던 위로보상금 5500만원은 1년이 넘은 지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천장이 낮아 고개를 푹 숙이고 전기설비 작업을 하던 고영상(41)씨는 “전기선이 비닐코드로 되어 있어서 비가 오면 감전될 위험이 있었다”며 “할아버지 혼자 계시는 집인데 위험한 전기설비를 점검하고 스위치를 교체했으니 이제 마음이 조금 놓인다”고 말했다.
이어서 방문한 동구 송림동 김정희(여·65)씨 집. 무공훈장을 받은 남편 최봉진씨가 지난 95년 사망한 후로 줄곧 혼자 살아오던 김씨는 자원봉사자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땀 흘리며 배선 작업을 하는 한전 직원들에게 “이렇게 뭔가를 도와주겠다며 찾아와준 사람은 당신들이 처음”이라며 연신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는 현재 매달 지급되는 정부지원금 20여만원과 국가보훈처에서 매달 12만원씩 지급되는 돈으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신경무력증·고혈압 등으로 아침저녁으로 약을 한 봉지씩 먹는다. 한전 직원들이 김씨 방의 어두운 전등을 새 것으로 교체하자, 김씨는 “환해서 좋구먼” 하며 직원들의 손을 꼭 잡았다.
한전 인천지사 사회봉사단은 이날 방문한 두 곳을 포함, 6월 한 달 동안 29가구의 보훈 유가족을 방문해 불량조명시설과 스위치를 교체하고 전기설비를 점검하는 자원봉사를 할 예정이다. 행사를 주관한 봉사단 간사 한인구 부장은 “우리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친 보훈 유가족들을 찾을 때마다 우리 사회가 이분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다는 부끄러움이 든다”며 “우리 주변의 어렵고 소외된 이웃과 더 많은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