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를 이웃과 나누는 ‘헌혈 온정’이 따뜻이 되살아나고 있다. 헌혈자 감소로 혈액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본지를 통해 보도( 5월 31일자 A1·A11면 )된 직후, 대한적십자사와 산하 혈액원들에는 헌혈에 동참하겠다는 자원자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총재 유지창)은 31일 오전 회의를 열고 전 임직원이 헌혈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 김정선 차장은 “공공적 측면이 강한 정부투자은행으로서 사회문제 해결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오는 10일쯤 1500명 가량의 임직원이 헌혈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대한적십자사에 밝혔다. 김 차장은 “전 임직원의 헌혈 참여는 산업은행이 설립된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LG전자(대표 김쌍수)도 노조와 경영진이 함께하는 전 사적 차원의 헌혈 행사를 이달 중에 실시하기로 했다. LG전자 사회봉사단 강오진 대리는 “작년 사내에 봉사단을 만든 이후 노사가 함께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고 있었다”며 “혈액이 모자란다는 보도를 접하고 바로 혈액원에 연락했다”고 말했다.
학교 헌혈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서울 동부혈액원 김영순 간호사는 “그동안 헌혈에 부정적이었던 학교나 직장 등에서 헌혈에 응하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오늘 예정된 헌혈도 지난주보다 참가자가 10~2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월계동 염광여자정보교육고교(교장 김혜선)는 이날 혈액원에 연락, “6월 중 교직원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헌혈행사를 갖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학교 전충용(50) 교감은 “매년 헌혈을 해오다 작년에는 헌혈을 반대하는 몇몇 학부모의 항의와 학사일정 때문에 예정됐던 헌혈을 취소했었다”며 “오늘 아침 ‘혈액이 부족하다’는 보도를 보고 주임교사들과 상의해 2년 만에 헌혈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미리 ‘건강할 때 혈액을 남에게 나눠줘야 앞으로 자신에게 위험이 닥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인천 용현동의 새소망교회(목사 배재철)와 경기도 시흥경찰서(서장 이연수)도 헌혈운동에 동참하기로 하고 각각 오는 20일과 7일에 헌혈행사를 갖기로 했다. 새소망교회 김병환(32) 전도사는 “혈액이 부족하다는 기사를 보고 봉사활동 차원에서 동참하게 됐다”며 “주일 예배가 있는 일요일에 목사를 포함, 신자 등 1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흥경찰서도 이 서장을 포함해 전·의경 등 80여명이 헌혈에 동참할 예정이다.
거리 헌혈도 늘었다. 서울역광장 ‘헌혈의 집’의 노영채(여·45) 간호사는 “오늘 오전만 해도 지난주보다 헌혈자가 2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헌혈을 한 김윤곤(29)씨는 “최근 헌혈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쏟아져 찜찜해하다가 ‘헌혈자가 급감했다’는 보도를 보고 이곳에 오게 됐다”며 “적십자사도 앞으로 혈액을 잘 관리해서 이런 논란이 다시 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계정(24)씨도 “언론도 헌혈에 대한 기사로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