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린콜택시 상담원인 장애인 천영민(왼쪽)씨와 전수경씨가 사장 최근식씨와 함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울 가양동 한 상가 5층에 자리한 작은 사무실. 두 대의 컴퓨터 모니터, 전화기와 단말기들이 놓여있는 작은 부스에서 세 명의 여직원들이 점심을 먹다 말고 바삐 전화를 받고 있다.

“감사합니다… 계신 곳이 어디신가요. 목적지는요?”

그린콜택시 관제실(02-555-5858). 개인택시와 이용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회사다. 이 회사의 특징은 근무하는 상담원 11명이 모두 소아마비를 앓거나 왜소증에 걸린 여성 장애인이라는 것.

윤영숙(32)씨는 여기서 상담원 일을 시작한 지 3개월째다. 한때 그녀도 콜택시를 이용하던 손님이었다. 외출할 때마다 콜택시를 불렀던 윤씨는 이곳의 상담원들이 자신과 같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용기를 내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전까지 집에서 세상과 차단된 채 혼자 일했어요. 집 밖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늘 출·퇴근이 문제였죠. 그런데 이곳에는 회원택시들이 저희들을 매일 출·퇴근시켜 줍니다.”

그린콜 택시를 운영하는 최근식씨는 택시기사 출신이다.

“한번은 동료 택시기사들과 함께 몸이 불편한 동네 장애인들을 태우고 공원과 놀이동산으로 소풍을 갔어요. 장애인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막상 서로 부대끼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도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최씨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세상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할 만한 직업과 일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택시기사 15년 경력을 살려 지난 98년 콜택시 서비스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우선 휠체어를 사용하는 상담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하층부터 넓은 엘레베이터가 연결된 사무실로 옮겼다. 또 사재를 털어 사무실의 모두 문턱을 없앴으며, 상가 내 화장실도 휠체어가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고쳤다. 사무실 근처에는 상담원 숙소도 마련했다. 방 세 개짜리 반지하 집에는 지상으로 난 큰 창에 리프트가 설치돼 상담원들이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가 없다.

최씨는 “장애인 직원들이 결근 한 번 하지 않고 성실히 일하는 것을 보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한 번도 특별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고용해 더불어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콜택시 상담원의 일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밤에는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욕부터 시작하는 취객을 상대해야 하고, 차가 연결이 안 됐다고 30분이 넘게 이어지는 고객들의 불평도 다 들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야간근무가 많고, 전화가 오면 언제라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따로 쉬는 시간이나 식사시간이 없다.

“그래도 제겐 세상과 통할 수 있는 이 일이 좋아요. 예전엔 집에서만 지내 사람들과 얘기할 기회도 별로 없었어요. 지금은 하루에도 수십명, 많을 때는 100명 넘는 손님들과 통화를 하거든요. 단골 고객 중에는 김장김치를 담가 보내주시는 분도 있어요. 사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4년째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장애1급의 최은준(37)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이지혜 wigrac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