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딸을 한강에 던지고 달아난 아버지 이씨가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a href="fortis@chosun.com">황정은기자<

20대 남자가 카드빚 때문에 자식을 키울 자신이 없다며 5·6살의 딸과 아들을 한강으로 던져버린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19일 오후 4시10분쯤 서울 동작대교 국립현충원 방향 중간지점에서 이모(24)씨가 6살된 아들과 5살된 딸을 한강에 던지고 자신의 검은색 트라제 승합차를 타고 도주했다.
경찰은 승합차 뒤를 따르던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119와 함께 수색작업을 펼쳤으나, 한강에 떨어진 어린이들을 찾지 못해 20일 오전 8시 수색을 재개키로 했다.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은 차량 번호를 추적해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이씨의 차량으로 밝혀낸 뒤 수사진을 급파, 이씨를 체포해 서울 용산경찰서로 압송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경마에 빠져 끌어쓴 카드빚이 3000만원 가량으로 늘어나 최근에 아내와 자주 싸웠다”며 “이런 상태로는 아이들을 키울 여력이 없어 2주 전부터 아이들을 죽일 계획을 세웠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범행 5일 전에 동작대교 인근의 물 깊이를 재기 위해 미리 답사했다”며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아이들에게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1알씩을 생수와 함께 먹여 정신을 몽롱하게 한 다음 아이들을 한강에 던졌다”고 말했다.

목격자 최모(여·29)씨는 "처음에는 차에서 꺼내 다리 난간 너머로 던지는 게 인형인지 사람인지 식별하지 못했는데 두 번째는 확실하게 사람이었다"며 "아이의 양 겨드랑이 사이로 두 팔을 넣어 들어서 던졌고 아이들이 저항하는 모습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차 안에는 인형 2개가 놓여 있었다. 이씨는 "이틀 전 아내가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놓은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고2때 결혼을 했고 그 뒤로 직업없이 부모에게 얹혀살면서 월 50만원씩 돈을 타서 생활해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고교 졸업 후 98년부터 과천경마장과 부천의 TV경륜장을 출입하면서 3000여만원의 카드빚을 지게 돼 2000년 7월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씨는 경마 등을 하기 위해 범행 7일 전에도 부인의 카드를 훔쳐 500만원 가량을 사용한 것이 드러나 심하게 다퉜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99년부터 부천에 있는 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으며, 올해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신장애 3급은 가벼운 신경성 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씨의 부인(23)은 "오늘 오전에 남편이 부부싸움을 한 뒤 집을 나갔다"며 "범행을 저지른 다음에 전화를 걸어 '아이들을 한강에 던져버렸다. 너도 죽이러 간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19일 오전 부인이 자신의 승합차를 허락없이 타고 갔다며 부부싸움을 했으며, 부인이 집으로 돌아오자 차를 타고 인근 '어린이 집'에 맡겨진 자녀에게 "놀이공원에 가자"며 데리고 나간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