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金弘傑·39)씨의 동서 황인돈(36)씨가 최규선(崔圭善·42·구속·미래도시환경 부사장)씨와 함께 2000년 5월부터 최근까지 사업활동이 전혀 없는 ‘GI엔터프라이즈’라는 유령회사를 차려 운영해 왔으며, 이 회사의 명의로 된 2개 사무실이 홍걸씨의 국내 체류시 개인사무실로 이용돼온 사실이 1일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령회사가 통상 은밀한 금융거래와 재산은닉에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고 말해 이 회사가 홍걸씨의 국내 활동 및 금전거래 등에 이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법인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사업분야가 기계류 제조와 도소매, 컨설팅 등으로 명시돼 있지만,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고 사업활동도 없는 서류상의 회사(Paper Company)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는 법인등록 당시 주소를 서울 서초동 H빌딩 803호로 기재했으나, 이곳은 해외에 선교사로 나가 있는 김모(여·55)씨 소유로, 황씨가 빌리거나 입주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인돈씨가 대표이사이며, 황씨의 회사인 C토건 부장 유모(37)씨와 신모(여·70·무직)씨가 이사, 최씨의 미래도시환경 전 직원 문모(여·36)씨가 감사로 각각 등재돼 있다. 하지만 문씨는 “최씨 부탁으로 인감을 몇 번 준 적 있지만 내가 왜 그 회사 감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황씨 회사 직원들도 “회사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유씨와 문씨는 황씨와 최씨가 타이거풀스 주식을 차명관리할 때 이름을 빌린 사람들이며, 특히 유씨 명의의 주식은 홍걸씨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 회사는 또한 서울 강남역 로터리의 N빌딩과 역삼동 V오피스텔 등 2곳에 간판을 내걸고 있었으나, 이 사무실들은 홍걸씨가 국내 체류시 개인사무실로 이용해 온 곳이다. N빌딩 사무실은 홍걸씨에게 4억원을 빌려준 의혹을 받고 있는 S건설 소유이며, V오피스텔 관리서류에는 이 사무실 입주사가 GI엔터프라이즈로 나와 있다.
이 회사가 설립된 2000년 5월은 최씨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의 투자를 받아 홍걸씨와 함께 김대중 대통령 퇴임 후 벤처캐피털 회사를 만들자고 약속했지만 홍일씨와 국정원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 시기와 일치해 이 회사가 두 사람이 만들고자 했던 벤처캐피털 회사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GI엔터프라이즈’가 법인 등록만 하고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점을 들어 전문가들은 세금탈루나 은밀한 금융거래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 없는 법인은 명함을 만들기 위한 것이거나, 법인명의의 통장 개설 정도밖에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홍걸씨와 최씨·황씨의 돈거래 과정을 밝히기 위해서는 ‘GI엔터프라이즈’ 계좌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