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돌연 출국한 최성규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최성규 총경이 14일 오전 돌연 홍콩으로 출국, 그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와 함께 여러 이권에 개입하고 최씨 부탁으로
청부수사를 했다는 최씨의 전 비서 천호영씨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욱이 그가 대통령 하명사건을 전담하는 특수수사과장 신분으로 도피성
출국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에 권력 고위층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최 과장이 최씨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충분했는데도
출국금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국한 배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뚜렷한 범죄 단서가 없는데다, 현직 총경의 신분으로 출국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곤혹스런 표정이다. 하지만 최근 중요
사건 때마다 뒤늦은 출국금지 조치로 곤욕을 치른 검찰의 해명치고는
궁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최 과장이 지난 11일 "청와대에 다녀 오겠다"며 사무실을
나선 것으로 알려져, 그와 만난 청와대 인사가 누구인지, 최씨와 무슨
대책을 논의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과장은 12일 저녁에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최규선씨와 만나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 과장은 그동안 최규선씨가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에게
4억원을 빌려줬다'는 소문을 퍼뜨린다고 지목한 S건설 유모 이사에 대해
'입막음용 수사'를 부탁받았다는 의혹과 모 병원의 제약사 리베이트
수사 무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최씨와 최 총경은 지난 98년 경찰청 특수수사과 계장과 사기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첫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 총경은 최씨가
마이클 잭슨을 팔아 사기공연을 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친해졌다는 것. 최규선씨의 비서 역할을 했던 천씨는 이후 최씨가
최 과장의 승진에 힘을 쓰는 등 각별한 관계였고, 최 과장은
"최규선씨가 경찰청장 다음으로 높은 분"이라며 치켜세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휘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청와대 하명(下命) 사건과 대통령,
권력 실세 친·인척 사칭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경찰 내 핵심 부서. 특히
재작년 청와대 직속 경찰청 조사과(사직동팀)가 해체된 이후 사실상
사직동팀의 역할을 대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최 과장은 83년 육군 공병장교(소령)에서 경찰에
특채(경감)됐고, 현 정권 출범 직후인 98년 이후 특수수사과에서
근무해왔다. 건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공병장교로 근무하다 경찰이
건축·건설 전문가를 특채한다는 공고를 보고 경찰에 투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99년 4월 경찰청 특수수사과 계장(경정)에서 총경으로
진급, 전남도경 수사과장 및 감사담당관을 거쳐 2000년 1월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 때 특수수사과장으로 '발탁'됐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