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기본정신은 페어플레이다. 선수도 심판도 정정당당한
경기를 하겠다고 선서한다. 그런데 이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1500m 결승전의 심판판정은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오심(誤審)이었다. 김동성 선수의 경기실황은 5명의 심판 외에도
수억의 시청자가 지켜봤으며, 느린 동작으로 판독해 보아도
규칙범위 내에서 경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심판진은 미국선수의
진로를 방해했다고 실격패를 선언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교포들은 억울함을 누르지 못했다. 이것은
국수주의적 애국심과는 다르며 반미감정만도 아니다.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항의인 것이다. 경기에서 심판의 판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심판도 인간인 이상 판단을
그르칠 수도 있다. 스포츠중재재판소가 설치된 것도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 문제를 논의하고 판정을
재검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옳은 판정을 다시 내려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에 임하는 한국선수단의 대처는 적절했다.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판정의 부당성을 알리고, 유관기관에
항의서한을 보내는 절차를 밟아 IOC집행위를 열게 한 것이다. 다만
폐막식 불참이나 제소(提訴)등의 강공방식은 결과를 보고 대처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이번 판정에 대해 영국의 로이터,프랑스의 르 몽드,
일본의 요미우리 등 세계언론들이 '스포츠 테러 '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으며 판정의 부당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은 사태를 호도할 것이 아니라,원칙과 절차를 중시해
올림픽정신에 먹칠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우리 역시 네티즌들의 분노를
십분 이해하지만 심한 욕설이나 '반미(反美)'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친 김동성 선수가 태극기를 내던진 것은
흥분상태라 해도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 단장이나 코치는
선수들의 기량 못지않게 반듯한 매너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