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도중 담배를 빼 물면서 환자에게 물어본다. "담배 피우십니까?"
그럼 십중팔구 뜨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네"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골초 의사'다. 그래, 난 담배 피운다. 그러나
금연주의자들이여, 걱정하지 마시라. 담배를 권하거나 찬양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한의학에서 담배는 연초라고 하여 약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약성이
행기지통하고 해독하며 살충한다 했다. 즉 기운을
잘 돌게 하며 통증을 그치게 하고, 없어져야 할 기억을 청소하는
'기억의 변비약'이라고도 하며, 몸 속 기생충을 죽인다고 했다. 다른
건 그런대로 알겠는데 기생충을 죽인다는 것은 나도 이해가 잘 안 간다.
뭐 담배 연기로 질식(?)시키는 건가. 동서양 망라해서 담배가 한때
신비의 명약으로 인식되던 때도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담배갑에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로 시작하는
경고가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아직 피우는 걸 보면 말처럼
끊기가 쉽지는 않은가 보다. 그런데 이런 담배를 왜 한때 국가가
독점하여 팔았고, 요즘도 기를 쓰고 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의사들의 흡연률을 꼭 한번 조사해 봤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금연을 권하지만 의사 자신은 어떨까? "저도 담배를
피우지만…"이라면서 담배 끊기를 권하는 말이 잘 먹혀들 리가 없다.
그렇지만 난 그런 위선이 싫어서 환자에게 담배 피운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줄이라"고 권한다. 의사가 못 하는 것은 환자도 못 한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든다. 담배만 끊으면 내 폐가 맑은 공기로 호흡할
수 있을까? 담배를 끊기 전에 나 혼자 차를 안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혹은 나무를 심는 것이 먼저 아닐까. 담배 한대 피우자니 별 생각이
다 든다. 환자가 내게 묻는다. "의사도 담배를 피우십니까?"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네, 피웁니다. 그런데 끊어 보려구요."
( 김혁 · 1963년생. 제마한의원 원장.
'국경없는 한의사회'를 만드는 것이 소망 )